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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멀고 험난한 진상 규명의 길 / 김서중

작성일 : 2015-05-07       클릭 : 323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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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험난한 진상 규명의 길
 
*김서중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아직도 맹골수도의 차가운 바닥에는 세월호와 9 명의 실종자가 있다. 짧지 않은 1년, 상식적인 상황이라면 진상도 어느 정도는 밝혀지고 유가족의 맘도 치유의 길을 향해 가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진상 규명, 안전사회 건설을 원하는 유가족,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방해하는 정부, 새누리당의 방해로 1년을 허송세월 하고 말았다.

600만 여명의 시민의 염원으로 통과한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진상규명의 책임을 맡게 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활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위원회 활동을 사실 상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위원회라면 정부의 이 같은 입법 예고안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풀리지 않은 수많은 의혹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왜 중요한가. 참사 발생 이후 정부나 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부도덕한 사업주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단순 해양 교통사고로 몰아갔다.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아들 유대균이 체포되기까지 언론들은 세월호과 관련된 지면, 시간 대부분을 유병언 일가에 할애 했다. 초기에는 구원파까지 등장시켜 세월호 참사를 종교적 행위의 결과인 양 오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감사원에서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공권력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무능과 무책임함, 그리고 123 정 함장 등의 구조 실패 정도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세월호 대참사는 희생자가 많더라도 단순 해양 사고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의혹을 안고 있는 사건이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에서 구조 구난 과정 그리고 이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이르기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의혹들이 존재하고 아직까지는 그것에 대한 해명을 찾을 수 없다. 진상규명 100대 과제, 200대 과제라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몇 가지만이라도 따져 보자.
 
세월호 침몰 원인을 흔히 말하는 세월호의 과적과 그리고 그로인한 복원력 상실로 단순화할 수 없다. 세월호는 어느 순간 급 감속 하고 급 변침 하다가 기울어지고 침몰하였다. 그런데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 선박이 19.5 노트로 가다가 스스로 단 몇 초 사이 10노트로 급 감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충돌? 무엇과? 또 세월호는 급 변침을 했다. 그러나 배는 조타기를 한쪽으로 최대한 돌려도(전타) 세월호처럼 4초에 11도 급 변침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추정해볼 수 있는 자료인 AIS(항적 기록, GPS 데이터에 의존하는)는 수십 초간 사라지고 그나마 정부가 제출한 AIS 자료는 몇 번에 걸쳐서 수정되었다.
 
배의 움직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AIS보다 레이더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정부는 레이더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나서서 보전 신청을 하고서야 레이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레이더 자료에서 배의 움직임은 정부가 최종 제출한 AIS 자료에서 그것과 다르다는 의혹이 존재한다. 사고 원인과 구조 과정의 적절성을 밝힐 또 하나의 자료인 VTS 기록도 온전하지 않다. 편집 또는 훼손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연의 연속?
 
일단 어떤 원인이든 배가 침몰한 이상 구조 구난은 적절히 이루어졌을까?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의 511 헬기와 첫 교신한 해경 목포 상황실은 상황을 보고 받고도 10분간 아무 지시도 안했다. 그리고 해경이 검찰에 제출한 헬기와 상황실의 사이의 교신 기록은 감사원에 제출한 것과 달랐다. 심지어 교신 기록 중 일부는 사라졌다. 이를 어떤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까?
 
구조적 비리가 있다는 문제의 통영함은 성능 시험 미비로 투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소방헬기, 미국 구조함, 문화재청 함선은 왜 돌려보냈을까? 해경 123정은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 파악을 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임무인데 세월호에 어느 정도의 인원이 있는지 파악하지도 않고 기울어가는 배를 보고도 세월호에 퇴선 방송 지시도, 스스로 퇴선 방송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승객이 탈출하던 중 미처 탈출하지 못한 다른 승객들을 구하면서 도와 달라 요청했음에도 해경은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123 정장은 ‘직원들의 안전상’ 진입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가 국민을 버리는 순간이다.
 
당일 구조 구난 실패 이후에는 관계 당국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희생자 수색에 적절한 조처를 취했을까? 해경은 골든타임을 놓치고 구조 구난에 실패했음을 은폐하기 위해 여론 조작에 나섰다. 해경은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음에도 수차례 했다고 거짓 인터뷰를 하고, 당시 진행되고 있는 수색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에도 면책용 인터뷰나 하도록 지시를 했다. 사고 당일 선체진입불가라고 판단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해경은 판단 오류라는 질책을 피하기 위해 선체진입 실패라고 자료를 조작했다.
 
해경은 승객들을 구하기는커녕 퇴선방송조차 하지 않고 승객인양 제일 먼저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을 먼저 구조하면서, 그들에게 되돌아가 승객 구조라는 의무를 다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그들이 다치지 않고 멀쩡했음에도 말이다. 세월호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였을까? 해경이 승객구조를 명령했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을 것이다. 또 해경은 선장을 선원들과 별도로 해경의 아파트에 머물도록 했다. 누가 이렇게 하도록 했을까? 무엇을 은폐하려 했을까?
 
침몰한 세월호에서 찾아낸 선원의 노트북 속에 들어 있던 국정원 지적사항은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에 대해 수많은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정원 지적사항에는 매점 앞 페인트 칠 관련 내용까지 있다. 마치 소유주에게 보고하듯이. 게다가 국가보호 장비로 분류된 다른 여객선들조차 사고 발생 시 국정원에 보고하지 않는데 세월호만 유일하게 보고토록 돼있었다.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가 혹 구조 구난 실패를 설명하지는 않는지, 선원들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와 관련성은 없는지. 모든 게 의혹투성이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수백만의 시민들이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은 절대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안타깝지만 법이 통과한 이상 비록 권한이 제한된 특별조사위원회이지만 법이 정한 최대한의 권한과 조건을 부여받아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다.
 

다시 진상 규명의 발목을 잡는 정부
 
그런데 다시 발목을 잡혔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사실 시행령을 통한 무력화 가능성은 위원회 준비 단계부터 예상됐다. 국회, 대법원, 대한변협, 유가족 추천 위원들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1월 첫 상견례를 가졌다. 그리고 예정된 다음 모임에 앞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세금도둑’이라는 신조어를 창출하여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추천 위원은 전원회의에서 논의도 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맞장구를 쳤다. 알고 보니 새누리당 추천 부위원장이 해수부 파견 공무원을 시켜 준비 중인 직제와 인원 예산 관련 자료를 김재원 의원에게 보고한 것이다. 각종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출범한 위원회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독립성이다. 그 독립성이 침해되었고, 이후로도 침해될 수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한 최초 안은 당연히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최대 인원을 확보하여 조사가 끝난 시점 최대한 의혹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위원회가 할 일이 없다, 적은 인원으로 세금을 아끼자’ 등등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한 배경을 무시하거나 역행하는 발언으로 발목을 잡았다. 법이 정한 최대 자원을 활용해도 위원회가 모든 의혹을 씻어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위원회가 활동을 끝냈을 때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게 되고 그로 인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법 한도 내에서 최대 자원을 투입하여 의혹을 최대한 풀어내는 것이 외려 세금을 아끼는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조속한 출범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나머지 위원들은 반대 논리를 일부 수용하고 위원회 활동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안을 의결하였다. 그리고 2월 17일 정부에 위원회의 시행령 안을 넘겼다. 하지만 정부는 3월 10일까지 일체 시행령 안 처리와 관련하여 논의 제안조차 하지 않고 있었고, 이후 위원회의 연락을 받고서야 논의를 시작하자는 자세를 취했다. 그 이후 비공식 접촉 과정에서 정부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인원이 많다, 예산을 줄여야 한다’ 등 떠보기만 했다.
 
그리고 3월 27일 시행령 입법 예고안을 발표하였다. 입법 예고안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조사대상인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위원회의 조사 업무를 모두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해수부 안은 위원회 본연의 업무인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의 관련 조직은 축소하고 행정지원을 담당해야 할 부서는 기획조정실로 격상시켜 가장 높은 직급의 공무원을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획조정실장 밑에 기획총괄담당관을 배치하고 이 담당관의 업무로 진상규명에 관한 종합 기획 및 조정, 안전사회 건설 종합대책 기획 조정, 피해자 지원 대책 점검 기획 조정을 규정하였다. 사실 상 모든 업무를 총괄하라는 뜻이다.

반면 위원회가 제출한 안에는 소위원장이 진상 규명, 안전사회, 지원 관련 업무를 지휘 감독하도록 했지만 그 관련 조항은 삭제했다. 그리고 진상규명국의 경우 진상규명을 담당하는 조사 1, 2 과장의 업무는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하였다. 수많은 의혹을 조사하지 않고 넘긴 공권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의혹을 씻어냄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안전사회를 건설하자는 특별법의 취지는 사라진 것이다.
 
위원회의 인원도 법에 따라 120명 정원으로 하자는 위원회 안을 무시하고 상임위원 5인을 포함해 90인으로 하라고 규정했다. 게다가 위원회는 파견 공무원 대 민간채용 공무원을 50 대 70으로 하여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 했으나 정부는 파견 공무원을 42 명, 민간채용 공무원을 43으로 하고 민간 채용에 속기, 복사 등 단순 업무자도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따라서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조사 업무에 종사할 인원을 40명 이하로 묶고자 한 것이다. 진상규명 업무는 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하는 업무로 사실 많은 인원과 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애초 위원회는 법이 정한 인원도 부족함으로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시행령 안에 전문위원 제도도 규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삭제했다. 손발을 다 잘라내겠다는 의도 이외에 무엇으로 읽힐 수 있을까.
 
당연히 위원회는 정부 안을 수용할 수 없고 전원위원회 의결 안대로 시행령을 제정할 것을 다시 결의하였다. 하지만 해수부는 공식적 논의 제안도 하지 않고 비공식적 접촉만을 하려할 뿐이다. 그런데 언론에는 적절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위원회 위원장도 모르는 협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하고 협의하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거짓 정보가 흘러가고 있다는 뜻인가.
 

유가족들의 찢긴 가슴을 후비는 정부와 언론
 
위원회는 물론 특별법을 통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져 다시는 세월호 같은 대참사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이에 분노했다. 그런데 이들을 분노케 한 정부는 이에 대한 반발을 상쇄시키기 위해 세월호 인양 문제나 배보상금 문제를 악용했다. 그리고 언론은 이에 놀아났다.
 
정부는 시행령 입법 예고 직후 세월호 인양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2014년 5월 경 기본 검토를 끝낸 인양 문제를 그 때까지 정식 기술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혀 진행을 시키지 않고 있었으며, 공식적으로는 2015년 4월 말에야 기술 검토가 끝난다고 해왔다. 그럼에도 시행령을 입법 예고 한 직후 선체 인양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시행령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정부의 속내는 배보상금 관련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그 이전 전혀 언급도 않던 배보상금 관련해서 1차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첫 회의에서 배 보상 기준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배 보상이 학생 기준으로 4억 2천만 원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리고 4시간 후 다시 국민성금을 분배하면 3억 정도, 보험금을 수령하면 1억 정도 더 받을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성금이나 보험금은 정부의 공식 배보상금이 아니다. 따라서 해수부가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모두 추정일 뿐이다. 배포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궁금해 하는 기자들이 있어서라 하면서도 기사에 반영해달라는 해수부 공무원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언론들은 호응해서 배보상금 8억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마치 세금으로 배보상하는 것이 8억 인양. 그리고 기사 내용을 정확히 읽지 않은 많은 시민들은 세월호에 대한 특혜라고 생각하고 비난하거나 찜찜해했다. 진상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을 배보상금 많이 받으려는 투쟁으로 매도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월호 참사로 갈기 갈기 찢긴 유가족들의 가슴에 소금을 뿌린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행위 그리고 언론의 맞장구 역시 진상 규명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사회를 다시 혼란 상태로 몰아 놓은 정부 이를 수습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4개국 순방을 이유로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라고 밝혀 왔다. 콜롬비아의 요청으로 불가피하다고. 그리고 유가족 대부분이 참여하는 추모제를 피해 팽목항으로 갔다. 그리고 긴급히 김무성 대표를 만나 회동하고 오후에야 출발했다. 그 시간이면 추모제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판단할 수 있다. 팽목항에서 깜짝쇼를 벌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유가족을 연행하고 유가족에게 물벼락을 날리는 경찰만이 남아 있었다. 시행령 개정은 어떻게 될까. 중요한 시기 박근혜 대통령의 부재는 시행령 강행과 책임 모면의 기획이 아닐까?
 
 
*김서중 /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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