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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졸업생들이 말한다 (2) 노동규

작성일 : 2015-05-07       클릭 : 875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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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습니다.
 

노동규 (SBS 기자․사회과학부 졸업)
 
 
 
성공회대학교를 두고 많은 고민들이 있는 줄 압니다. 졸업한 지 만 4년이 넘은 제가 여기에 특별히 말을 보탤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성공회대에서 공부한 행복한 시간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저로서는, 모교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의무라는 생각입니다.

재학생 때 ‘학부 발전방안’ 공모에 참여한 기억이 있습니다. 거창하지도 않고, 당장 시행할 수 있을 만한 제안 따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내용을 학생과 교수 앞에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저 학교를 다니며 느낀 몇 가지 것들을 말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학교와의 비교 등을 통해 현실적 제안도 했습니다. 일정한 공인 영어능력시험 점수를 졸업 조건으로 두자는 것 따위입니다.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우리 학교와 교우들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학교는 결국 출신 학생들이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느냐에 따라 평가됩니다. 토익 점수 몇 점이 대단한 경쟁력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은 갖춰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학교에는 경쟁이나 경쟁력이라는 말만 나오면 히스테리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경쟁 논리’가 낳는 폐해를 말합니다. 그런데 너무도 명확한 건, 성공회대라고 별세계에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회의 경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당장 교육부가 ‘부실 대학’이라 낙인을 찍는 순간 오늘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경쟁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대안’이란, 제가 듣기에 ‘주변화 되자’는 얘기 같았습니다. 일종의 자학적인 생각으로 들려 안타까웠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압니다.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이고 자신의 미래를 걸어볼 만한지. 그저 전문 연구자들의 밥그릇을 보장하는 곳이 아니라면, 결국 오늘날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들이 배운 것을 사회에서 실천하도록 하는 데 존재의미가 있습니다. 학벌 사회의 폐해를 아무리 얘기해보았자, 당장 대학 진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한가한 얘기이며 이들이 배치표를 따져 진학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현상입니다. 학생들이 가지 않으려는 학교라면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성공회대가 경쟁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직업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얘길 들을 기회가 많습니다. 적어도 식자층에게 성공회대는 특별합니다. 물론 그들이 나서서 자기 자녀를 성공회대에 보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학교가 내세우는 인권과 평화라는 가치나, 열림 나눔 섬김의 정신은 그 누구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우며 모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그간 이런 부분들이 많이 알려졌으며 이 특별한 존재감이 바로 학교의 경쟁력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 특별한 경쟁력을 살려 성공회대 졸업생들이 공공부문에 기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이란 문제에 국한한다면,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사회 민간영역에서 성공회대 출신을 환영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학벌’이라는 요소를 고려하는 게, 인재를 뽑아 쓰는 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여줄 거라 믿는 조직과 사람이 참 많은 까닭입니다.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악다구니 쓰는 기업들과 인권과 평화라는 가치는 어딘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공공부문은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고, 그만큼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편입니다. 시대적 조류 탓에 신규 채용 인원은 계속 줄겠지만, 그래도 할 일이 많은 분야입니다. 단순히 출신학교에 따른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 때문으로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건 아닙니다. 비주류적 가치의 소중함을 아는 성공회대 출신이 주류사회 공공부문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행정부 공직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사법부나 입법부에서 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면 학교 차원의 지원이 필수입니다. 다른 학교 얘기를 하자면, 제가 일하는 언론 영역만 해도 그 공적 성격을 인정해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들의 사회진출 준비를 돕고 있습니다. 모여 공부할 공간을 마련해주고, 담당 교수를 지정해 학사 관리를 합니다. 운영비를 지원하고, 해당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를 초청하는 특강 자리를 통해 학생들의 의욕을 고취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부러웠습니다.

카프 병원 인수 실패에서 보듯 학교 법인과 교단이 학교의 성장에 별 관심이 없다면,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대학생 때 서울 한 사립대의 ‘고시반’ 운영비가 한 해 5백만 원 정도였습니다. 건학 이념을 살리며 학교를 발전시키고 싶은 많은 신자나 시민사회에 손을 내밀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성공회마당> 독자들과 함께 후원할 뜻이 있습니다.

후배들이 공공부문에서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마침내 전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면 더 없이 기쁘겠습니다.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제 모교의 특별한 경쟁력을 좇아 지원을 꿈꾸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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