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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드 툼’과 세월호 그리고 성공회 / 최석진

작성일 : 2015-07-14       클릭 : 380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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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드 툼(Red Tomb)’과 세월호 그리고 성공회

- 진실에 다가가려는 사람들과 막는 자들 사이에서-

 
*최석진
 
역사가 될 대작이 나왔다. 사람마다 대작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이 영화를 주저 없이 대작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 반민(反民) 정부와 가해권력에 의해 지금까지 억압되고 조작된 학살의 역사를 개인의 의지로 심층 조명했다는 것, 둘째, 6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깊은 상처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피해자들과 사회의 외면과 방해를 무릅쓰고 10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는 점, 셋째, 이 나라 흑역사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 내용을 담은 영화라는 것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런 영화가 나타났다는 것에 대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 가을 생명‧평화순례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기원하며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걸었었다. 그 당시 우리는 매일 이 땅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참사와 사건들을 드문드문 되짚으며 치유와 화해를 위해 기도했다. 금정굴 인권평화 재단(
http://www.gjpeace.or.kr/)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살펴보며 우리가 걷게 될 지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매일 매일 살펴보곤 하였다. 진도에서 남해, 서해바다를 지나고 영산강, 금강 줄기를 따라 걷기도 하였으며 평원과 산골짜기 길을 오르내리며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에 감명 받고 감사하였다. 그러나 바로 우리가 발로 눈으로 호흡으로 지나온 그 모든 날이 피로 물들지 않은 곳이 하루도 없었고 진상규명이 된 사건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선명한 비극이었다.
 
‘레드 툼’을 완성한 구자환 감독은 ‘물먹다.’와 ‘골로 가다.’라는 표현이 보도연맹 학살 사건에서 연유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 년 전 우리가 출발했던 진도에서도 보도연맹 학살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수장되었고 우리가 감탄하며 지나왔던 영산강과 금강에도 수없이 많은 무고한 민중들이 물속에 가라앉았다. 강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내를 흘려보냈던 골짜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끌려갔을지.


약 30년 전 캄보디아에서 벌어졌던 민중 학살을 다룬 영화 ‘킬링필드’를 보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상에, 인간이 저렇게 악랄하고 잔인할 수 있구나.’하며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름 아닌 이 나라의 역사였다니.


이승만 정권 이후 권력에 의해 학살된 민중의 수가 100만에서 130만, 보도연맹 학살로 죽은 사람들이 23만에서 43만에 달한다고 한다. 학살된 시신을 처리한 곳이 전국적으로 168곳으로 추정되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5년간 활동하면서 찾아낸 곳이 13곳에 불과하다. 박정희 정권은 보도연맹이라는 말만 나와도 빨갱이로 낙인찍고 진실규명을 위해 애쓰던 소수의 용기 있는 유족들을 사형시키기도 하였다.

 
지난 7월 7일,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를 수중 촬영하기로 했던 계획을 해수부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불허한다는 문자를 팽목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가족들에게 보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그리고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 448일째 되는 날이었다. 수많은 의혹과 증거를 되풀이하여 말하지 않더라도 이런 점들이 세월호 참사가 그냥 해상 사고가 아니라 학살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반증이지 않은가?
 
영화 ‘레드 툼’이 이 나라의 현대사에 있었던 대학살의 역사를 수장된 채 놔두거나 골로 보내지 않도록 목숨 걸고 끄집어 낸 것은 세월호 학살과 같이 모습과 형태만 다를 뿐 이 땅에서 되풀이 되는 비극을 멈추게 하자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상처와 수치를 감추고 은폐할 때 치유와 화해는커녕 더욱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진실이 반드시 드러나야 하는 이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진실은 드러나야 하며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있다’고 강조하셨으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감추고 은폐하려는 시도들을 ‘회칠한 무덤 속의 썩어 문드러진 시신’으로 비유하지 않았던가?

 
우리 성공회 교회는 온 산하에 묻혀있는 피의 한(恨) 앞에서, 이와 같은 대작을 홀로 만든 양심 앞에서 진실에 다가가려는 개독(Reforming catholic church)으로 있을 것인가? 막는 자들과 다를 바 없는 개독(the church as dogs)이 될 것인가? 진실을 밝히는 횃불이 될 것인가? 회칠한 무덤으로 남을 것인가?
 

* 씨앗교회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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