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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대한 짧은 단상들 / 천제욱

작성일 : 2015-02-05       클릭 : 450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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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대한 짧은 단상들
 
천제욱*
 
하나

  부산교구에 몸담은 지 십여 년이 되었다. 서울교구 간석동교회 보좌부제로 있었던 2003년 어느 봄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기는 서울보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 부산교구로 오라고 하면 올 수 있겠는가?” 갑작스럽고 난데없는 제안이었다. 당장 가타부타 답을 달라는 것은 아니었고, 기도하며 생각해보고 일주일쯤 뒤에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냥 혼자 생각에, 불러준다는 것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고, 뭔가 내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혼란스러우면서도 무언가 가슴에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건 뭐지...?”

  그때로부터 일 년 전쯤, 나는 부제고시에 똑 떨어졌다. 그때 속 깊이 파고들던 열패감, 박탈감이 채 가시지 않아서 그런 마음이 더 일어났나 보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박탈과 발탁, 받침만 서로 바뀐 것뿐인데, 어감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큰 것임을 새삼 느꼈던 것 같다. 하여간 일주일쯤 뒤에 그 콜을 부르심으로 여기고 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열악하였다. 가난하였다. 궁색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나 또한 그렇게 서서히 상황에 맞춰가고 있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듣고 있는 질문은, “교인 수는 몇 명이냐?” “그래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 “왜, 부산교구로 갔느냐?” 묻는 사람의 염려대로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형편인 것이고, 몇 번은 파산해야 하는 것이지만, 힘들긴 해도 나는 지금 세끼 잘 먹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 용케도 사목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은 정말 고맙긴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 어린 질문은 받고 싶지 않다. 나는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안부보다는 사목에 대한 질문이 더 좋다. 물론 원대로 내용 있는 질문을 받을 수 있으려면 내 삶과 사목의 내용이 진일보해야 함을 잘 안다. 성과가 미미하긴 해도 이제는 안부보다는 사목에 대한 물음을 받고 싶다. 그것이 서로 관계와 관심의 성숙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둘 

  작년 마흔 살이 된 부산교구, 불혹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처음 부산에 갔을 때도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모두 과거에 벌어진 일들에 관한 것이었다. 마치 현재가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엉켜버리는 것 같았다. 흡인력 강한 과거의 기억들, 상처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공동체 권위에 대한 성토가 들끓었다. 또한 사제 간의 반목과 갈등이, 그리고 신자들의 사제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사람들 모인 곳이기에 때때로 앓게 되는 통증이며, 자라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이곤 했지만,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교구 상황이 몹시 답답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상당 부분은 돈 문제로 귀착되었다. 있는 돈을 그렇게 곶감 빼먹듯이 다 빼먹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 재정을 확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장 잔고 마르면 문 닫을 수밖에 없다. 교구 반납하고 선교교구로 턴하는 게 차라리 깨끗한 것 아닌가... 등등, 겉으로 듣기엔 교회가 돈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았다. 더 본질적인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모든 얘기가 돈으로 뭉뚱그려지는 것 같았다. 무수한 말과 말의 홍수 속에서 공감과 반감 사이를 오가며 지금까지 왔다. 애써 의미를 부여했거나 무시했던 그 수많은 말들이 공중에 흩어져갔다.

  지금도 그런 말들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나도 말에 말을 보태온 게 사실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모습이 이렇게 보인다. 고치를 뚫고 나와서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공중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고치 속에 갇혀 독심술과 관심법을 써가며 빗맞는 화살을 연신 쏴댔다. 그래왔다. 지금까지...
 


  각자 알아서 사목하며 생활한다. 거기에 사모들의 노고와 고뇌가 깔려있다. 사제들은 서로 사목과 생활에 있어서 어떤 고충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짐작만할 뿐 잘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부산교구에서 큰 교회와 작은 교회를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는 호봉표대로 사제급여를 맞출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도 하다.

  자, 이 대목에서 공교회성에 대해서 묻고 싶다. 같은 기도서로 같은 예배를 드리면 공교회가 되고,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고 신경을 합송하기만 하면 공교회성이 확보되는 것인가? 실질적인 상통 구조와 공공성 지반이 연약해서 도리 없이 각각 알아서 사목하고 개별화되어 살아가는 데도 공교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공교회성은 공동급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만이 공교회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공동급여는 공교회성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며 실천이다. 이것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대부분 파송제 안에 있으면서도 교회의 크기에 따라 사제를 평가하는 불합리한 정서가 존재한다. 거기에서 사제 간의 위화감이 생기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인사에 대한 불만도 생길 수 있다. 교회와 사회선교기관을 망라하여 합의된 공동급여제가 실현된다면, 사목과 인사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잃을 것도 있겠지만,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향한 공동의 지향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관건은 사제들의 의식이다. 사목지가 소명에 따른 거룩한 소임이라는 생각보다 가족의 생활 안전에 대한 염려가 더 앞선다면 공동급여제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부산교구 내 여러 교회가 아론 기금을 받는다. 사제 생활과 사목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전국 여러 교회와 단체, 교우들과 성직자들이 정성껏 봉헌해서 아론기금을 채우고 있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아주신 하느님께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지원을 받는 각 교회도 될수록 빠른 시일 내에 재정자립을 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교회는 내주는 곳으로 빨리 바꿔져야 한다.

  여기서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금을 비롯한 모든 봉헌은 하느님의 것이다. 실은 봉헌하기 전부터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다. 우리는 그 중 일부를 구별하여 하느님께 다시 돌려드릴 뿐이다. 우리는 봉헌에 대하여 그렇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 사제의 급여를 신자들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간혹 그런 말이 들린다. “월급을 받으면 밥값을 해야 한다.” 사제에게 주는 급여를 가지고 마치 자신이 시혜를 베푸는 것인 양하거나, 신자들이 주는 것인 만큼 성과를 채근할 권리가 신자들에게 있는 듯한 말이 들릴 때가 있다. 아니 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봉헌은 하느님의 것이다. 봉헌되기 전부터 하느님의 것이었다. 필자의 사목지인 영주교회도 아론기금을 받고 있다. 큰 도움이 된다. 우리 교우들은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정말로 아론기금이 시혜를 베푼다는 생각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또 어떤 성과를 확인하려 한다면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받을 생각이지 투자하듯 주는 것은 받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투자를 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이야기하려 해도 호흡이 짧아 벅차다. 사고의 깊이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결핍된 것을 살펴보는 것은 나를 알고 우리를 세워가는 데 있어서 유용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 이미 있는 것을 잘 살피고 발견하는 것도 매우 유용한 일일 것이다. 둘 다 우리 모습을 살펴보는 일이다. 정직하게 참을성 있게 우리 모습을 마주대하는 것은 소중하고 값진 일이다. 그런 공동의 마당이 더 크게 열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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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욱 : 부산교구 영주교회 관할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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