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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그리자! / 채창완

작성일 : 2015-07-14       클릭 : 276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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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그리자!

 
*채창완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여가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질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곤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분들이 남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는‘선이 삐뚤한데’, ‘안 닮았네’ 라며 그림을 쉽게 평한다는 것이다. 그림에 소질은 없지만 남의 그림은 쉽게 평가 할 수 있다는 사실. 과연 무엇이 그림에 소질이 없다는 사람에게 남의 그림을 쉽게 평가할 힘을 주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을 평가할 때 ‘대상의 리얼리티(reality)’ 즉 그린 대상과 닮은 꼴인지 아닌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이 보아온 것들에 대해 잘 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과 비슷하고, 사진 같이 그린 그림을 보고 잘 그렸다고 평가하는 것은 미술에 대한 커다란 오해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초등학교 6년과 중고등학교 6년, 도합 12년을 미술교육을 받는다. 물론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미술이란 과목과 긴 인연이 있다. 그런데도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림은 마치 화가나 미술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나 된 것처럼 자신과 무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혹 미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미술에 접근하기 어려워할 뿐더러, 그 접근 방법조차 모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술은 일반인들에게 음악보다 늘 미지의 세계로 남겨진 것 같다.

아이를 낳아 길러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아이들은 한글을 배우기 전에 그림을 먼저 접한다. 타다 남은 숯으로 인류 최초의 인간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사람은 무엇인가를 손에 쥐어주면 뭔가를 그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글씨를 배우기 이전에 손에 쥔 것으로 뭔가를 끄적거린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최초의 표현의 시작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아이는 그렇게 그림과 함께 성장하다 어느 순간 그림과 멀어진다. 그 순간은 대부분아이들의 부모나 선생님, 혹은 주변의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에 온다.

“그게 엄마야?”
“나무가 그렇게 생겼어?”
“너무 이상해!”

아이들이 그림을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단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너무 쉽게 그림에 접근했다 너무 간단히 그림을 포기하게 되는 이 현상. 그것은 어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림이 그리고 싶어도 쉽게 남들 앞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내 놓기가 부끄럽다고 느낀다. 남들의 한 마디에 기가 쉽게 꺾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림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질문해 보자. ‘왜 그림이 대상과 똑같아야 할까? 정말 우리는 대상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사실 사진기로 여러 사람이 한 대상을 찍어도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게 마련이다. 디지털 기기로 많은 이미지를 찍어 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누구는 같은 대상을 찍어도 뭔가 다르게 더 멋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다는 주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또는 아는 것만큼 보는 것이다.

따분한 얘기를 잠깐 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대상의 리얼리티’와 ‘작가의 리얼리티’ 그리고 ‘그림 자체의 리얼리티’가 있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려면 지면이 부족해 여기서는 간단히 언급한다. ‘대상의 리얼리티’는 대상이 우리 인식 이전에 가지고 있는 대상 고유의 리얼리티이다. ‘작가의 리얼리티’는 대상을 보고 우리 인식이 반응하는 내면의 리얼리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의 리얼리티’는 바로 그려진 그림 자체를 말한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그림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상의 리얼리티’이다. 대상과 똑같이 그려야 잘 그렸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우리가 그림을 즐기려면 우선‘대상의 리얼리티’를 내려놓아야 한다. 더 쉽게 말하면 대상을 보고 자유롭게 ‘닥치는 대로 그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닥치는 대로 그리기(작가의 리얼리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상과 그리는 사람과 그림이 일치하는 리얼리티를 체험하게 된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거기까지 가기위해 처음부터 대상의 리얼리티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대상에 얽매이다 보면 그림 그리는 데 지치고 금방 포기하고 싶어진다. 대상을 관조하면서 손으로 끄적거리는 행위를 즐기라. 그려 놓은 결과물과 대상을 비교하는 데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그림은 그림이고 대상은 대상일 뿐이다. 여러분이 그린 그림은 여러분의 그림으로서 작품의 리얼리티를 갖는다. 대상을 관조하고 손으로 끄적거리는 기쁨이 여러분을 그림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케 할 것이다.

 
**대전주교좌교회 통합미술반 안내**
일시: 매주일 오후 1시~2시까지
장소: 대전교구 주교관 1층
대상: 그림에 관심있는 남녀노소 누구나(단, 초등학생은 3학년 이상부터)
강의내용: 회화의 기초 과정(드로잉과 소묘)
강사 : 채야고보(대전주교좌교회)
강습료: 무료 (단 재료비는 자비)
강습문의 : 010-7628-0600(채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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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창완 | 신명은 야고보, 대전주교좌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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