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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교회와 희망의 교회 / 김현호

작성일 : 2015-12-02       클릭 : 371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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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교회와 희망의 교회
 

김현호

 
우리는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존재들이다. 이상적인 것만을 쫒다보면 허무주의로 빠지기 쉽고 현실적인 것에만 안주하다보면 패배주의에 물들기 쉽다.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현실과 이상이라는 경계 위를 걷는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교회는 규정된다. 교회란 무엇인가? 그 답은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존재들의 모습과 그들이 앙망하는 것들에 의해 드러난다.
 
교우 A. 어떤 사람에 끌려 우연히 교회에 나갔고 시간이 흘러 교회 구성원들과 친해지니 교회가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주일이나 교회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교회에 방문하고 시간을 아낌없이 봉헌한다. 교회를 통해 이루어진 관계망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유용할 때가 많다. 직장을 알아보는 일, 우환이 생겼을 때 이를 해소하는 일, 심지어 금전적인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받는 일 등 교회생활은 많은 부분 내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교우 B. 집안 대대로 교회에 다니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는 것을 당연시 여겨 왔다. 우리 집안에는 성직자가 된 친척도 여럿 있고 교회에 크게 기여하신 분도 있다. 부모님 모두 교회가 주관하는 장례절차에 따라 은혜롭게 하늘나라에 올라 가셨다. 나의 결혼도 교회에서 이루어졌고 내 아이들 역시 교회의 축복 가운데 세상의 빛을 보았다. 교회는 우리 집안의 한 부분과도 같다. 나도 언젠가는 부모님들처럼 교회에서 잠들 것이다.
 
교우 C. 내 운명은 참으로 불행했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심지어 몸까지 아파왔고 미래는 먹구름 그 자체였다. 교회를 다니면 이런 불행의 연속이 멈출까! 이런 마음으로 교회의 문턱을 넘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내 여건이 그다지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내 신앙심이 부족해서일까? 좀 더 교회 일에 헌신하면 내게도 좋은 기회가 주어지겠지. 설령 내게 좋은 소식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후손들만큼은 만사형통하리라 믿는다.
 
교우 D. 예수님을 믿고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가정의 불화도 줄었고 사업도 계획한 것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잡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축복이다.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이다. 더 일찍 예수님을 알았더라면 지난날의 과오는 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또 다른 한 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열심히 기도하면 이 또한 성취하리라 믿는다.
 
내가 속한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만나는 교우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현실의 교회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대략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의 교회란 상처받은 영혼들, 외롭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존재들이 신앙을 통해 힘을 얻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안내하는 곳이다. 물론 이상의 네 가지 유형으로 현실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존재들을 충분히 설명하고 또한 교회의 의미를 잘 해석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이러한 존재들에 의해 교회는 유지되고 있고 교회의 역사는 이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정의는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나타난다. 적어도 현실교회는 그렇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존재들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것이 늘 그 본질을 지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누군가는 ‘성령’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진리’라고 말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지혜’라고도 말한다.
 
나는 ‘교우’라는 말보다는 ‘성도’라는 말을 더욱 선호한다. 교우란 교회에 다니는 존재 또는 어떠한 교리를 따르는 존재라는 정도의 어감을 풍기는 반면에, 성도라는 말은 이보다 좀 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하다. 성도(聖徒)란 거룩한 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를 좀 더 쉽게 풀어쓰면, 거룩한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존재들이란 뜻이다. 거룩한 가치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거룩한 가치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성경을 통해 전해져오는 가치를 의미한다. 그러한 가치를 말할 때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떠올리기도 하고, 십계명을 생각하거나, 예수님의 산상설교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러한 가치들을 비그리스도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사랑, 믿음, 평화, 소명, 용서, 온유, 겸손, 인내, 감사, 생명, 섬김, 환대 등.
 
성도 E. 어느 날 경험된 하느님 체험은 내 존재의 자각을 의미했다. 내면의 세계를 직면하며 내게 주어진 소명을 보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소명을 보는 순간 두려움은 희미해져갔다. 내게 주어진 재능과 수많은 인연들은 그 소명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주어진 선물들이었다. 그동안 내게 주어진 재능과 인연에 대해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소명은 진리의 큰 흐름을 이어가는 한 줄기였는데, 이를 깨닫는 순간 큰 진리의 흐름을 함께 이어갈 또 다른 만남을 애타게 찾게 되었다. 이를 환대와 연대의 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난 오늘도 내게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우리가 교회에 다니는 이유는 이러한 가치들을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이 좋아하고 이를 기꺼이 추구하는 존재들의 집합체를 교회라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달리 표현해본다면 ‘희망의 교회’라 말하고 싶다. 희망의 교회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의 관계성 속에서 거룩한 가치를 향해 나아간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앙인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그 경계를 걷는 존재들이다. 그 신앙인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되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군가가 변화를 향한 몸짓을 시도할 때 새로운 가능성은 열린다. 모든 이들이 현실에 안주하고자 할 때 어느 누군가가 참다운 가치를 향해 용기를 내어 나아간다면, 비로소 옛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를 향한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그 여정 가운데 기쁨과 감사는 마르지 않는 은총으로 주어질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더 이상 현실의 교회를 원치 않는다. 이제는 희망의 교회를 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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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나눔교회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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