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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넘나들기. <더킹>을 넘어 <소년이 온다>

작성일 : 2017-03-31       클릭 : 166     추천 : 0

작성자 성공회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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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넘나들기


<더 킹>을 넘어 <소년이 온다>                            

오현승

  20140416 세월호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게 이상스럽다.

아직도 광화문 광장에선 그 유족들이 왜 우리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정부에게 묻는데 그들은 엉뚱한 말만 하고 있다. 촛불집회가 토요일마다 열린 게 3개월을 넘겼고,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재 심의 중인 마당에도 특검이나 헌법재판소에 피의자로 불려나온 이들의 행태는 눈뜨고 봐주기 힘들다. 오죽하면 서초동 한 아주머니는 빨래 널다가 최순실의 변호사를 만나려고 나오고, 지나가던 청소노동자가 최순실의 “민주주의 특검 아니다!”라는 말에 “염× 하네.”로 화답하였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공사 구분 없이 행사한 이들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회피하기 급급한 모습인 것이다. 국민이 빌려준 권력을, 그래서 공권력인 권력을 몇몇이 사유화한 역사는 비단 2016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더 킹>을 보기 전 날, 김기춘이 수갑을 차고 구속되는 걸 뉴스로 본다.

영화와 뉴스가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극중 한강식이 후배검사 박태수에게 한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권력 옆에 있어! 역사를 봐봐. 독립운동가의 후손 지금 어떻게 사니? 일본 옆에 미국 옆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 잘 살잖아. 요즘 것들은 역사 공부를 안 해. 내가 다 이렇게 알려줘야 되겠어?”
다음은 청문회에 나온 김기춘이 한 말이다.
“이젠 제가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 이름은 들어봤는데 따로 만나거나 한 적은 없어요.”
“대통령은 관저에 계시면서도 나랏일을 보십니다.”
그리고 이건 2017년 1월 초에 갑자기 청와대 출입기자를 불러 박대통령이 한 말씀이다.
“제가 가족이 없지 않습니까?”
이, 그, 저 등의 지시대명사들 속에 맥락 없이 끼어든 이 말 때문에 난 짜증이 났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란 타이틀로 그렇게 선거운동을 하고, 어머니 아버지를 차례로 잃은 20대 퍼스트레이디를 광고문구로 뽑으며, 기어코 청와대에 제18대 대통령으로 들어앉아서는 한다는 말이 “애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데 그게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 라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나 해대더니만, 이제 가족 없이 사는 독신녀임을 내세워 지지층의 동정심을 유발하려 한다는 정신과의사의 견해를 듣고 나서 이분의 무책임과 무능력, 뻔뻔함에 혀를 찼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뻔뻔할까? 사람을 지을 때 하느님이 불어넣어주신 그 숨결이 저 안에도 있다면 어떻게 저런 말을 이런 상황에서 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영화 <더 킹>을 본 다음날 아침인가 불현듯 스테이크를 반복적으로 먹던 검사 한강식과 술에 취해 살던 검사 박태수, 영화의 처음 안동 하회탈이 대마에 취해 그렇게 웃고 있었더란 우스갯소리 사이의 고리가 바로 ‘중독’이란 걸 알아차렸다. 중독은 더 큰 자극을 부르기 때문에 자고로 술, 여자, 도박에 빠진 남편과는 헤어지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중독자는 자신을 이성의 힘으로 제어하지 못한다. 술에 취해 있어야만 말이 나오고, 도박을 하면 돈을 딸 것만 같아 제 가진 것 다 팔아 박은 후 빚을 지고, 손을 잘려도 도박판으로 향한다. 권력도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영화 <더 킹>은 묘사한다. 권력 옆에 1%의 검사로 서서 그 권력이 원하는 정보를 주고 기소를 하면서, 법을 넘나드는 힘과 자유를 행사한다. 그들은 합법적으로 대마를 필 궁리를 하다가 목포 깡패의 차에 받힌다. 조심스럽게 이 영화가 2017년 첫 천만 영화가 될 거라 장담하는 데에는 그 첫 장면이 그대로 극 후반부에 이어 붙여지면서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를 광적으로 찾아보는 것은 권력욕이나 술 고기욕심이 없는 대신, 본질을 알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래서 영화를 본 후엔 책을 찾아본다.
<더 킹>을 보고 찾아본 책이 바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이다. 영화 <더 킹>의 한강식은 결국 기소됐지만, 소설가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세계적인 상을 받았고, 여러 페친들로부터 한강의 최고작품은 <소년이 온다>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강식 만큼이나 한강은 집요한 사람이다. 한강식이 권력욕의 화신라면,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을 끝까지 파고드는 현미경이다. 기어코 독자인 내 저녁 식탁에 오른 소고기 미역국에서 피비린내를 맡게 만든다.

영화 <더 킹>이 집약적으로 전두환(1980년) 이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시점(2009년)까지의 우리 정치판과 검사들의 긴밀한 관계들을 보여주었다면,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의 5월 그 핏빛 열흘과 그 후 한 세대를 저 밑바닥까지 까뒤집어 보여준다. 결코 말해질 수 없는 고문피해자들의 고통을, 그 후 파괴된 그들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깊은 속울음을 울게 한다. 차라리 한바탕 통곡이라도 하였다면, 남은 자들은 숨통이 트였을까.
얼마 전에 들은 말이 떠오른다, 정작 정신과에 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안 오고 그이들로부터 상처 입은 피해자들이 정신과에 온다는. 정작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저 힘의 꼭대기에서 군사들을 움직이고 발포명령을 내렸을 사람인데 그는 전직대통령으로 통장 잔고 29만원으로 여전히 잘 살고 계시다. 하지만 광주의 어머니는 아직도 명절에, 남은 형제끼리의 다툼을 보며 속으로 운다. 그이의 피멍은 죽기 전엔 지울 수 없어 자신을 탓한다. 그래도 살아 허기를 느끼며 끼니를 입에 넣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도 소년은 온다.
37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히 소년이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 밤 전남도청을 떠나지 않았던 그 소년은 앞서 떠난 이들이 고이 간직했던 꿈을, 애틋한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그 소년이 나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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