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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3주일 설교문 "하느님께 돌아가자!" (루가 13 : 5)

작성일 : 2019-03-22       클릭 : 214     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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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돌아가자!'(루가 13:5)


김은경 드보라 신부

 

1. 올해 대한성공회 사순절 주제는 돌아봄돌아옴입니다우리 모두 하느님께로 돌아가서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고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순 1주일에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는 장면을 묵상했습니다예수님이 받으셨던 세가지 유혹의 공통점은 자기중심적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하느님께 순종함으로써 하느님과 동행하면서 살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난 주 사순 2주일에는 예수님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이 맡기신 일을 하실 때 악의 세력이 예수님을 방해했지만예수님은 하느님만 바라보고 맡으신 일을 이루어 가셨음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순3주일인 오늘은 누구든지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심판에 대한 경고와 회개를 촉구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하느님의 심판 경고는 단순하고 분명합니다생명을 죽이는 죄악을 심판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이 시간 우리가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생명을 죽이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어떤 죄악이 발생하면 죄의 결과가 남습니다죄는 사회적 차원을 갖습니다한 사람이 죄를 범하면 그 죄악의 결과는 남아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고통을 당합니다이처럼 죄는 인간관계속으로 스며듭니다그래서 고통을 치료하고 죄악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어떤 사회가 그 사회에서 발생한 죄악의 결과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그 죄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죄악은 점점 더 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립니다한번 생긴 죄악은 또다른 죄악을 낳아서 죄악의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죄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용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죄악의 결과로 인해서 고통당한 이들을 애도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필요로합니다죄악의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바꾸어 말하면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사회가 사회 내에서 생긴 죄악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가 그 죄악을 용인하는 사회가 될지 또는 용인하지 않는 사회가 될지가 결정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와 남아공성공회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백인들이 흑인들을 탄압했던 역사를 청산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인종분리 정책인 아파르헤이트를 폐지시키고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이때 많은 백인들은 자신들의 악행을 공적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그동안 탄압받고 고통 받았던 흑인들은 용서를 구하는 백인들의 과오를 용서해주었습니다.

 

이처럼 백인들과 흑인들은 서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해주었지만차별과 착취로 인한 실제적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지는 세심하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예를 들면 신체에 상해를 입었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에 대한 보상의 기준과 상황이 다 달랐기 때문에 실효성있는 피해보상을 하지못했고차별의 피해자였던 이들 대다수가 여전히 고통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이처럼 화해하고 용서를 하더라도 악의 결과인 상처는 피해자의 몫으로 남습니다그래서 악의 근원적인 뿌리를 뽑고 죄악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합니다치유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땅의 교회들은 사회에서 발생한 죄악의 결과로 인해서 고난 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생명을 나누어주기 위해서 존재합니다죄악의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루려고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교회는 죄가 죄를 낳는 고리를 끊어내고 죄악의 결과인 죽음의 역사를 생명살림의 역사로 바꾸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이땅의 교회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죄악의 결과로 인해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생명을 나누어주고생명살림의 역할을 다하여서 죽음의 권세를 거두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오늘 읽은 복음말씀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죄악을 심판하실 하느님의 때가 임박했으니회개하라고 촉구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수난 받을 때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아시고 제자들에게 두 번째로 수난 예고를 하셨습니다그리고 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계셨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예수님과 제자들을 찾아왔습니다그는 빌라도가 성전에서 희생 제사를 드리고 있던 갈릴레아에서 온 순례자들을 죽였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유대의 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님 당시 유다 총독 빌라도는 유다인들의 율법과 관습을 조롱했습니다빌라도는 유다인들의 영적인 고향이자 하느님의 성전이 있는 성지 예루살렘에 로마 군대를 상징하는 군기와 이방신을 상징하는 것들을 들이려고 했습니다그뿐아니라 빌라도는 성전 기금을 수도관 건설에 사용했고그로 인해서 불만을 품은 유다인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바리사이인들도 빌라도가 이처럼 잔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빌라도를 비판하는 대신 희생자들을 탓했습니다희생당한 순례자들이 죄를 많이 지어서 벌 받은 거라며 희생자들을 비난했습니다이처럼 바리사이인들은 사회지도층이면서도 고난 받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기는커녕 빌라도의 포악함을 비판하지도 않았습니다자신들의 역할을 회피했습니다그러면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죄의 올가미까지 덧씌워서 고통을 가중시켰습니다이들의 이러한 입장은 로마의 지배를 정당화해주는 일이었습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바리사이인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셨습니다예수님은 소식을 전해준 사람들에게 그 갈릴레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레아 사람들보다 더 많은 죄를 지어서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니며누구든지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망할 거라고 경고하심으로써 빌라도에게 희생당했던 순례자들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벗겨주셨습니다그뿐만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그 고통 받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가 포함된 사회 전체가 다루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시키셨습니다.

 

4. 신약성서학자 로핑크는 실제로 악으로 인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악에 대해서 심판을 경고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심만 얘기하는 건 악한 현실을 위장하고악에게 협력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악의 실제적인 힘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그렇다고 해서 악을 절대적인 권세로 인정하지도 않으셨습니다하느님이 반드시 이 세상의 악을 심판하실 것임을 밝히심으로써 악을 상대화시키셨습니다하느님의 심판이 임박했음을 경고하심으로써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그 악행을 멈추고 하느님께로 돌아서기를 바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이 악 자체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분리시키셨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성서는 일관되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과 악 자체를 분리합니다악 자체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분리함으로써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가면 용서하시며 받아들이신다는 걸 성서는 반복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이는 하느님의 목적은 악에 대한 심판이지 악을 저지른 사람 자체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는 걸 말해줍니다자비하신 하느님은 잃어버린 자녀를 되찾고 싶어 하십니다.

 

예레미야서 18장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내가 어떤 민족이나 나라의 뿌리를 뽑아내거나그들을 부수거나 멸망시키겠다고 말을 하였더라도그 민족이 내가 경고한 죄악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나는 그들에게 내리려고 생각한 재앙을 거둔다그러나 내가 어떤 민족이나 나라를 세우고 심겠다고 말을 하였더라도그 백성이 나의 말을 순종하지 않고내가 보기에 악한 일을 하기만 하면나는 그들에게 내리기로 약속한 복을 거둔다.'

 

예레미야 말씀처럼 하느님이 악을 심판하시겠다고 경고하시는 이유는 당신의 백성들이 하느님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시려는 까닭입니다.

 

5. 오늘 우리가 복음서에서 읽은 포도원에 심은 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에 관한 비유 말씀도 심판 메세지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성서주석가들은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그 당시의 일반적인 풍습이었다고 합니다루가복음 13장 비유말씀에 나오는 무화과나무는 심은 지 삼년이 지났는데도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그러자 포도원 주인은 포도원 지기에게 열매맺 지 못하고 땅만 차지하며 다른 나무에게 갈 영양분마저 빼앗고 있는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말했습니다그러자 포도원 지기는 주인을 만류하면서 본인이 거름도 주고 돌볼테니 일 년만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 나무는 이스라엘을 상징합니다포도원 주인은 성부 하느님을 상징하고 포도원지기는 예수님을 상징합니다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포기하지 않는 포도원지기인 예수님의 마음을 확인시켜주는 비유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심판에 대해서 경고하시는 이유는 하느님을 배반하는 백성들이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려는 까닭입니다우리를 얻기 위함이지 우리들을 두렵게 해서 조종하고 예수님 뜻대로 마구 몰아붙이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은 죄지은 우리가 생명을 살리는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하시려고 우리의 죄악을 심판하실 거라고 경고하십니다하느님의 심판은 죄악으로 인해서 아파하고 있는 우리를 치유하시고 존엄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은 악으로 인해서 고통을 겪은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고그들을 치유하여 살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죄악의 고리를 끊고 생명살림의 역사를 시작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포도원지기이신 예수님은 마지막까지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가 열매 맺게 하시려고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가 하느님께로 돌아가서 열매 맺게 하시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악을 악으로 갚아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세상의 질서를 끝내시고악을 선으로 갚는 더이상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지 않는 생명 살림의 역사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생명 살림의 역사를 시작하시기 위해서 예수님은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위협에 주저하지 않고 가야할 길을 완수하셨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빌라도가 갈릴레아에서 온 순례자들을 살육했다는 얘길 들었다면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았을 겁니다하지만 예수님은 온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려고 예루살렘을 향해서 가셨습니다그 길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고 뭇 생명을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6. 저는 예수님이 저를 위해서 돌아가셨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참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각자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책임지면 되는 거지 왜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다는 것을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구조로 죄를 청산한다는 게 폭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헨리나우웬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제가 거저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올라왔습니다저 자신이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 힘입어 살아가야 하면서도 마치 혼자서 살아온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여러분이 배려해주셔서 다녀왔던 피정 중에 제가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살아왔으면서도 마치 하느님의 사랑은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하느님을 거절하는 저 자신을 직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셨다는 말씀의 의미가 누구 때문이라는 부정과 절망의 의미가 아니라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는 한없이 베풀고 나누는 긍정과 희망의 의미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는 나와 우리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우리를 부정하고 스스로 죄인임을 확인하며 자기를 비난할 이유를 찾기 위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십자가 사건은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살리시려고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신 긍정의 사건입니다.

 

7. 여러분 우리가 예수님께서 시작하신 이 완전한 긍정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자신을 다 내어주어서 생명을 살리신 예수님의 긍정을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느님을 거절하지 말고 하느님께로 돌아오라는 부르심에 우리 자신을 내어맡기고 예수님께서 나누어주신 생명을 받아들여서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우리 자신을 나누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일 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하고 자신이 거름을 주고 돌보겠노라고 했던 포도원지기의 마음을 기억하십시요열매 맺지 못하는 쓸모없는 무화과나무를 아끼는 포도원지기처럼 예수님은 우리를 이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셔서 하느님께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게 하시려고 자신을 다 내어주시며 우리를 이끌어 가신 예수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이 사순절기에 주님의 도우심으로 우리가 여기까지 왔으며앞으로도 주님께서 인도하실 거라는 믿음을 든든하게 붙잡으시기 바랍니다그래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우리 자신을 다른 이를 위해서 내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삶을 열어 갈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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