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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2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작성일 : 2019-04-27       클릭 : 319     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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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요한 20:23)

 

김은경 드보라 신부

 

 

1. 레밍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행동을 무작정 따라서 하는 집단 행동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레밍이라고 하는 쥐들이 개체수가 증가하면 다른 땅을 찾아서 움직이는데 이동할 때 우두머리만 보고 따라가다가 집단적으로 바다나 호수에 빠져죽는 현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의심하여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어떤 권위나 집단에게 의존해서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믿고 판단하며 그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입장을 취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드레가 자신의 형제 베드로에게 가서 와보라고 전도했을 때 베드로가 안드레를 따라갔던 것도 베드로가 안드레를 좋아하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앙을 갖는다는 건 어느 순간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무작정 듣고 의지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스스로 결단하고, 인격적으로 하느님과 일대일 관계를 맺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2-1. 요한복음 20장은 이처럼 맹목적인 신앙인에서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신앙인으로 도약한 제자, 토마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당일 저녁에 어떤 집에 모여 있던 제자들을 찾아오셨습니다. 마침 거기에 토마가 없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처형당하시는 것을 봤기때문에, 유대인들이 자신들도 처형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한 집에 모여서 문을 닫아걸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오셔서 평화를 빌어주시고, 숨을 내쉬며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상처를 보고나서야 자신들 앞에 서 계신 분이 스승 예수이신 것을 알아차리고 기뻐했습니다.

 

예수님은 잠시 그들과 함께 머무신 다음 곧 제자들을 떠나가셨습니다. 예수님이 떠나셨을 때 마침 토마가 돌아왔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토마에게 자신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말해주었지만, 토마는 자기 눈으로 직접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자기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보고, 자기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2. 그날로부터 여드레가 지났습니다. 토마를 포함한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서 문을 닫아 걸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다시 그들을 찾아오셔서 평화를 빌어주셨습니다.

 

다시 찾아오신 예수님은 토마에게 그의 손가락으로 예수님의 손을 만져보고, 그의 손을 예수님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 넣어보라고 하시며 의심을 버리고 믿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토마는 자기가 했던 말을 예수님의 입을 통해서 다시 들었을 때 예수님의 상처에 자기 손을 넣어보지 않고도 예수이신 줄 알아봤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예수님이 부활하셨음을 봤을 때, 토마는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3. 맹목적인 신앙의 단계를 넘어서서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게 되려면 내가 직접 예수님을 만나서 체험하며 일대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토마는 이 과정을 정직하고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확신이 들 때까지 의심해보고 회의했을 때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대면하여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들이 다 믿으니까 따라서 믿는 사람은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라서 언제든지 그 신앙의 대상이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누구를 왜 믿고 있는지도 모른 채, 믿는다는 행위 자체만 남습니다. 이처럼 맹목적인 신앙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 하느님도 우상처럼 섬기게 됩니다. 하느님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은 하느님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친밀해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친구를 사귈 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신뢰하게 되기까지 상대방을 맹목적으로 믿고 의지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 아닌지 직접 부딪쳐보면서 의심하고 불신하는 과정을 통과하면서 친밀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친구의 상처와 좋은 점을 두루두루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수님과 사귀는 과정도 친구를 사귈 때처럼, 예수님에게 마음을 기울이며, 나의 의심과 불신의 마음까지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고, 대화하며 직접 부딪혀봐야 예수님을 나의 하느님으로 고백할 수 있습니다.

 

4. 모태 신자들은 대부분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으로부터 신앙을 물려받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의심해보기도 전에 이미 교회의 신앙고백을 나의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성적으로 의심하기보다 몸으로 먼저 신앙을 익힙니다.

 

하지만 그 신앙을 부모님의 신앙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신앙이 되게 하려면 토마와 같이 직접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우리에게 의심 많은 토마 이야기를 통해서 남이 전해준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앙의 초보단계에서 도약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데까지 나아가라고 요구합니다.

 

이처럼 개인적 차원에서 하느님을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으로 만나라는 요구는 수년간 무미건조한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요구입니다.

 

처음 하느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인 후에 신앙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영적 무력감에 빠져 있는 사람, 이미 다 경험해서 안다고 자부하며 하느님과의 사귐을 중단한 사람을 향해서, 요한복음 저자는 직접 예수님을 대면하여 보고자 했던 토마의 열망을 회복하라고 말합니다.

 

상처를 간직한 몸으로 우리 앞에서 평화를 빌어주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토마처럼 우리가 직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야겠다고 열망할 때 주님은 우리를 인격적으로 만나주실 겁니다.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야 우리도 토마처럼 메마른 마음에 생기가 솟아올라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고백할 수 있습니다.

 

5.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람을 막아 세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내 양을 먹이라는예수님이 맡기신 사명에 이끌려서 살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잡아간 사람들이 자신도 잡아갈까 두려워서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배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예수님을 배신했던 베드로 자신의 허물을 용서하시고 받아들여주시는 걸 경험했을 때, 죽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거하고 다니면, 유다의 종교지도자들과 헤로데 그리고 빌라도에게 공격의 대상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베드로는 자신도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있을 거라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다시 살리신 하느님의 사랑을 죽음조차 막지 못한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본 베드로를 주저앉힐 수 있는 것은 없어졌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후부터 베드로는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주신 예수님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베드로가 이제 우리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사랑하는 삶에 동참하자고 합니다.

 

6. 예수님을 사랑하는 삶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 참여하는 걸 의미합니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 안에 예수님이 계신 것처럼,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하실 때, 우리도 성부와 성자의 그 사랑의 사귐에 동참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우리가 성부 하느님 그리고 성자 예수님과 사랑으로 연합되어 한 몸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교회의 일부가 되어 교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겁니다. 성공회는 교회를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으로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몸이 교회로 부활하셨다고 믿는 교회가 성공회 교회입니다.

 

교회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지체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을 이루고 있으며, 신자들이 교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부활의 삶을 사는 것으로 믿고 고백하는 게 우리 성공회의 부활신앙입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를 이루어서 살고,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삶 자체가 부활신앙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분열되고 타락한 교회의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교회를 예수님의 부활한 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중세 때 교회가 교회의 이름으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서 로마 제국을 도와 무수히 많은 생명을 죽였고, 독일 교회가 히틀러와 나찌에게 봉사하며, 인종학살에 정당성까지 부여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하느님이 세우신 보편교회와 인간의 한계와 허물로 인해서 타락했던 개별 교회들을 분리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자인 우리가 타락했다고 해서 예수님이 수난과 부활로써 세우신 그리스도의 부활하신 몸의 본질까지 훼손되지는 않습니다.

 

어떠한 폭력도 생명의 존엄을 훼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성직자와 신자들이 타락했다고 해서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보편교회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는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죄악이 하느님의 거룩함과 하느님의 본성을 훼손시키지 못합니다.

 

토마와 베드로를 부르셔서 부활의 몸의 일부분이 되게 하신 예수님이 이제는 우리에게 부활의 몸의 부분으로 참여하여 사랑의 삶을 살아가라고 하십니다. 부활의 몸인 교회가 죽어가는 세상에 생명을 주고 세상을 용서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7. 부활의 몸의 부분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는 걸 멈추게 하고, 교회의 본래 사명인 생명 살림과 사랑에 충실한 교회로 세워나갈 책임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요한복음서 저자는 요한복음 20장을 읽은 우리들에게 제자들을 세상에 파송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자들뿐 아니라 우리에게 평화를 빌어주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을 용서하는 사랑의 삶, 생명을 주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인 교회는 성령을 받은 우리가 이제는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가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부활의 몸으로서 세상에 나아가셔서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주며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예수님 당시에 죄를 용서해줄 수 있는 분은 하느님 뿐이셨습니다. 하느님은 부활하심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의 일, 자신의 권능을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세상에 나가서 부활의 몸의 일부분으로 살아가실 때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사람과 사람을 화해시키는 화해의 사도, 용서하는 이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사제서품을 받았을 때 주교님이 손에 성유를 발라주시며, “그대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하면 용서받을 것이라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그때 사제가 된다는 게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용서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제 성직은 교회의 사제입니다. 그리고 모든 신자는 세상의 사제입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이 세상에 나가셔서 사제로서 용서하시는 권능을 행하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일산교회 모든 교우님들,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계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 존재로 받아들이시고 만나셔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고백하며 세상에 나가서 용서하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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