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개론
신명기(Deuteronomy)는 문자 그대로 두 번째 율법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모세가 ‘새로운 율법을 두 번째로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시나이산에서 주어진 율법을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설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율법 설명하기를 시작하였더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십계명의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바로 신명기의 핵심 내용입니다.
우리는 십계명을 모두 잘 기억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돌판에 새겼지만 이제는 우리 마음에 새겨야 할 하느님의 법이 바로 십계명입니다. 십계명은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출애굽기에 기록된 십계명과 신명기에 기록된 십계명은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네 번째 계명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네 번째 계명에 대해 출애굽기 20장 11절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제 7일에 쉬셨기 때문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다시 말해 창조가 동기가 되어서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출애굽기는 창조동기를 강조하는 반면 신명기에는 이집트에서 구원받은 것이 동기가 되어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하는 것입니다. 창조동기가 구원동기로 바뀌어 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차이는 열 번째 계명에서 나타납니다. 출애굽기 20장 17절을 보면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못한다. 네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네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지 탐내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신명기 5장 21절에는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못한다. 이웃의 집이나 밭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지 탐내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신명기에서는 재산보다도 아내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바뀐 것입니다. 어쩌면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을 하는 동안 남의 재산을 도둑질하기 보다는 남의 아내를 탐하는 일이 더 많았다고 판단했는지 모릅니다.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은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받은 언약이기 때문에 ‘시나이산언약’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신명기에서는 모세가 아모리왕 시혼과 바산왕 옥을 치고 가나안에 입성하기 전에 모압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십계명을 새롭게 해설하고 언약을 맺었기 때문에 ‘모압언약’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내용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장소가 다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백성들과 한 번만 언약을 체결하고 끝내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 언약을 보존하고 언약에 대한 개념이 약화되면 그 언약을 새롭게 갱신하십니다.
신명기는 모세가 120세가 되어 죽기 직전에 행한 세 가지 설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장부터 4장까지 첫 번째 설교는 광야 40년 동안의 죄악을 회고하는 것입니다. 5장부터 28장까지 두 번째 설교는 시나이산에서 받은 두 돌판의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즉 모세는 십계명을 해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9장부터 30장까지는 세 번째 설교로서 하느님은 우리 앞에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 축복의 길과 저주의 길을 두셨는데 축복의 길, 생명의 길을 택하여 가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1장부터 34장까지는 모세의 마지막 축복과 죽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