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리바 샘물(민수기20장)
본 장에서는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비록 불평과 범죄로 점철된 생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약 속의 땅 가나안으로 진군해 들어가고 있는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보다 도덕적으로나 영적으로 훨씬 탁월한 세 지도자인 모세, 아론, 미리암 등은 가나안에 진입하지 못하고 죽거나 죽어가고 있는 장면이 대조적으로 기술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이스라엘의 진정한 통치자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라는 사실과 가나안 땅에 세워질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은 혈기와 감정과 욕심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1. 반석을 두 번 친 모세.
모세는 온유한 사람이며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완악한 백성들 앞에서 순간적인 혈기를 참지 못해 범죄하고 말았다. 시편 기자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또 므리바 샘터에서 하느님의 비위를 거스른 일, 그들 잘못으로 모세조차 화를 입게 되었으니, 그들이 그의 성깔을 돋구는 바람에 모세가 함부로 말했던 탓이다”(시106:32-33) 결국 모세는 이 사건으로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 경우에 있어서 모세는 단지 바위에게 명하기만 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했다. 그러나 모세는 하느님의 명령대로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깊은 이유를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이유가 어떻든지 간에 모세는 말해야 했고, 쳐서는 안 됐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2. 연약한 인간.
슬프게도 모세는 불복종했다. 아마도 모세는 말만으로 그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느님 편에서 보면 인간이 얼마나 사소한 존재인가를 깨닫지 못하면서도, 하느님을 돕기 위해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인간도 하느님께 자신의 의지만으로 온전한 영광을 돌릴 수 없다. 우리는 하느님 한 말씀이면 충분하다는 사실과 그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3. 솟아나는 물.
모세가 화를 내고, 불복종하고, 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은 펑펑 솟아났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불순종 때문에 공경에 처한 백성의 어려움을 간과하지 않으셨다. 종의 죄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과 신의는 깨어지지 않았다. 비록 우리가 믿지 않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신실하시다. 이 사실은 복된 교훈이다. 우리들은 무가치하고 부적당한 종이다. 우리는 믿고 순종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혜는 둑을 넘쳐 흘러서 수정 같은 물결로 광야를 적셨다.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이 그 얼마나 신실한가! 그러나 모세 그 자신은 인생 말년에 벌을 받아야 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종들을 스스로 선택하셨기에 그들이 잘못했을 때 더욱 엄하게 벌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