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교회, 성공회 출신 성직자와 신자들만의 특별조직 설립된다 | ||||||||||||||||||
| -가톨릭교회 안에 성공회 영성과 전례를 유지하는 '성직자치단' 생겨 -가톨릭교회에 여성사제 반대하는 전통유지 그룹 늘어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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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가톨릭 교회에 들어오는 성공회 신자들의 성직 자치단에 관한 공지'를 발표했다. 한국주교회의 홈페이지에 10월 26일자로 올라온 공지의 요지는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상태이지만, 그 내막은 보도내용보다 복잡하다. 이 공지문에 따르면, 이번 교황령을 통해 "성공회 신자들이 성공회의 뛰어난 영성과 전례 유산을 보존하면서 가톨릭 교회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도록 해 줄 성직 자치단(Personal Ordinariate)을 설립함으로써 그러한 단체적 재결합을 위한 교회법적 조직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성공회를 떠나 가톨릭에 귀의한 신자 단체들은 이 성직 자치단을 통하여 사목적으로 지도될 것이며, 그 직권자는 통상적으로 이전 성공회 성직자들 가운데서 임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가톨릭교회의 지역주교들과 협의하여 군종교구와 비슷한 조직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성직자치단 설립 교황령은 성공회에서 이미 떠난 이들을 위한 조치
<사도헌장>으로 불리는 이 교황령은 한마디로 영국성공회를 떠난 사제들을 받아들여 다시 가톨릭사제로 서품하고, 이들이 영국성공회의 전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며, 성공회를 떠난 성직자와 신자들을 특별관리할 교구형태의 관리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통상 가톨릭교회에서 성공회를 떠난 성직자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러하다. 전직 성공회 출신 성직자는 새로 서품을 받아야 하는데, 결혼한 주교는 사제로만 서품받고 주교로 서품받는 일은 없다. 결혼한 사제는 다시 서품받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나 가톨릭교회의 주교가 될 수도 없고 재혼할 수도 없다. 성공회 출신 독신사제는 다시 서품받은 뒤로 결혼할 수 없으며, 결혼하고 싶으면 부제로만 서품받거나 서품 전에 결혼해야 한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이미 성공회를 떠난 사람들을 수용하는 차원이어서 성공회를 가톨릭이 흡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회를 떠날 채비를 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는 있으리라 예상된다. 영국 방문 앞둔 교황의 '공격적' 선물일 수도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성공회 소속 주낙현 신부는 자신의 블로그(http://viamedia.or.kr/)를 통해, 교황청의 이번 조치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내년(2010년) 영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데 대해, "이미 성공회를 떠나서 그들만의 교회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성공회 안에서 가톨릭교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공격적인'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성공회 안의 갈등을 더욱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영국성공회는 여성사제 서품과 여성주교 성품 문제로 갈등에 휩싸여 있으며, 세계성공회는 동성애자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여성사제 문제가 성공회 안에서 불거지면서 1990년 경에 이미 앞서 언급한 성공회 이탈그룹(TAC)이 나와 소속 사제가 1천명에 달하며, 1992년에 영국성공회 관구의회가 여성사제 서품을 공식인정하고 1993년에 실제로 여성사제 서품이 이뤄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그룹이 대거 성공회를 떠나 가톨릭교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결혼한 성공회 주교나 사제, 정교회의 사제들이 가톨릭교회로 가는 현상은 갑작스럽게 생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게다가 정교회의 경우엔 다시 서품받지 않고 가톨릭 사제가 될 수 있었다. 전례와 관련해서도 이미 성공회 전례를 쓰고 있는 가톨릭교회(Anglican use Roman Catholic)도 있고, 비잔틴 전례를 쓰면서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여 바티칸의 관할 아래 있는 동방가톨릭교회도 있다. 성공회 이탈 신자들에 대한 교황청의 교회법적 지원 그럼에도 이번 교황청의 조치를 바라보며 성공회 측이 우려하는 것은, 예전에는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던 일이 교황청에서 문서를 발표하여 법제화했다는 데 있다. 즉, 성직자치단(Personal Ordinariate)을 통해 특별교구를 설치함으로써 이미 이탈한 신자뿐 아니라 동요하고 있는 성공회 신자들까지 적극적으로 가톨릭교회로 끌어들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성공회의 최준기 신부(용산나눔의 집 대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번 발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는 이번 발표가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가 아니라 '신앙교리성'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성공회와 가톨릭교회는 교리적 접근과 일치를 위해 계속 논의를 거듭해 왔지만, 분명한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를 다 접어둔채 신앙교리성에서 이번 조치를 발표한 것은 일치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회 안에서 여성사제와 동성애 문제를 들러싼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회 안에 머물며 문제를 해결하려던 그룹들에게 교황청이 '더 쉬운 해결' 즉, 가톨릭으로 옮기라고 꼬드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성공회의 보수적 인사들 가톨릭교회로 옮겨가는 격이 될 수도..
그동안 성공회가 교회 안의 보수적인 인사들로 인해 상처를 입었지만, 그들이 성공회를 '확실히' 떠남으로써 성공회의 진보적 흐름이 더 이상 방해받지 않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최준기 신부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참에 성공회 안의 보수적 인사들을 아예 다 데려갔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그동안 소모적 논쟁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논쟁한다고 변하겠는가? 오히려 성공회는 사회적 실천력을 더욱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덩치만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성공회는 지방분권 체제라 몸이 가벼워 더욱 역동적인 사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여성사제' 등에 적극 반대하는 보수적 교회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하는 격이 될 것이다. 이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쇄신과 현대화를 내세웠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그동안 격렬하게 비판하며 라틴전례 등을 고집해 온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와 그를 추종하는 4명의 주교들을 복권시키고, 라틴어미사마저 허용한 '끌어안기 전략'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베네딕토 16세는 여성사제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자동파문'에 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독신제' 논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성공회 출신의 성직자들이 가톨릭교회에 광범하게 포진되는 경우에, '사제독신제'를 고집하던 가톨릭교회의 입장에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가톨릭교회 안에 수많은 기혼사제들이 생기는 것인데, 가톨릭교회의 기존 독신사제 가운데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들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곤혹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교황청에서 받아들이겠다는 첫번째 대상인 TAC의 존 L. 앨런 주니어 대주교는 전직 가톨릭교회 사제 출신으로 성공회 사제로 있다가 대주교가 되어 다시 가톨릭교회로 가려는 사람인데,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한 경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반응할 지 주변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 ||||||||||||||||||
** 4월 대성당 홈페이지에 실린 글 인용하니다**














기도와 신앙 / 생활묵상



작성자
isihan@nah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