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 / 로이터 뉴시스
아동 성추행 문제 관련 아일랜드 교회 비판…
아일랜드측은 "불쾌하다"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사건으로 교황청이 궁지에 몰려 있는 가운데 영국 성공회 수장(首長)마저 '가톨릭 때리기'에 나서고 가톨릭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Williams)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난 3일 BBC 라디오4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성추행이 발생한) 아일랜드 친구와 얘기를 나눴는데 사제 복장을 하고 길거리를 나서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상황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일랜드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의 이런 가톨릭 공격은 두 종교 간 갈등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공회는 영국의 헨리 8세가 로마 교황청과 결별하면서 만든 영국 국교로 가톨릭을 모체로 한다. 하지만 완고한 보수주의를 견지하는 가톨릭과 달리 사제들의 결혼과 동성애를 인정하는 등 진보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양측간 해묵은 갈등은 작년 10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결혼한 사제도 받아들인다'는 교황령을 발표하면서 한층 더 고조됐다. 당시 성공회측은 동성애 문제 등을 둘러싼 성공회 내 내부 갈등을 악용, 성공회 사제들의 가톨릭 개종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캔터베리 대주교의 가톨릭 공격 발언을 이에 대한 반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측은 캔터베리 대주교의 발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문이 확대되자 월리엄스 대주교는 아일랜드 가톨릭 수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가톨릭계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벨기에의 대주교 앙드레 조셉 레오나드(Leonard)는 "교회의 수장들이 아동의 인권보다 사제들의 평판을 더 걱정하며 '비열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로베르토 졸리취(Zollitsch) 추기경은 독일 주교회의에서 "교회의 어두운 면을 다 드러내고 이를 정화하는 데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3일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된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사건에 대해선 침묵했다. 오히려 교황 측근 인사들은 가톨릭에 대한 공격이 중상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황청 고위 성직자인 라니에로 칸탈라메사(Cantalamessa) 교황 설교자는 "개인(일부 사제)의 책임을 전체(가톨릭계)에 전가해 비난하는 것은 반(反)유대주의의 가장 수치스러운 단면을 연상케 한다"면서 가톨릭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유대인 단체들은 "홀로코스트 피해자와 아동 성추행 피해자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0년 4월 5일 파리=김홍수 특파원














기도와 신앙 / 생활묵상



작성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