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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사춘기 아들 사용법

작성일 : 2011-08-14       클릭 : 433     추천 : 0

작성자 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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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깊어 가면서 자연적으로 아내와 중학교 2학년 아들과의 적대적 관계도
깊어만 갑니다. 사춘기 아들 녀석에게 아빠로서 좀 더 신경을 쓰지만 아무래도 아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아내의 몸과 맘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아들 녀석과 같은 사춘기를 겪어 왔던 아빠로서 아내에게
부탁 몇 가지만 하겠습니다.

* 아침에 깨울 때 주의해주세요
아들 녀석이 요즘 아침에 못 일어날 겁니다. 물론 이런 녀석을 깨워서 아침을 먹여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깨울 때 한 가지만 좀 주의 부탁합니다. 일단 녀석이 비몽사몽 간에 이불 속에서
나와 앉아 있으면 더는 다그치지 말고 좀 기다려 주세요. 이불 위에 앉아 있는 녀석을
막무가내로 식탁으로 끌고 나오면 녀석이 갑자기 허리를 쑥이고 아주 엉거주춤한 자세로
끌려나오고 급기야 아침부터 츄리닝 주머니에 한쪽 손을 집어넣고 짝다리 짚는 자세까지
연출이 됩니다. 이 나이 또래 사내놈들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해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체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앉아서 심청전 완창은
못할망정 애국가 4절 완창은 하고 좀 급하다 싶으면 부모님 은혜도 흥얼거립니다.
그러니 다음부터 아들 녀석이 이불 위에 앉아 고개 끄덕이고 있으면 지금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즘 하고 있구나 생각해 주세요.

* 화장실 사용법을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요즘 날씨가 무덥다 보니 냄새에 민감한 계절인 건 압니다. 하지만 녀석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 마다
흘렸니 튀었니 하면서 녀석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아주세요. 아침마다 애국가 사절 완창하는
애국자 아들 녀석 아닙니까? 그만큼 혈기왕성한 녀석에게 조준을 잘하라느니 앉아서 볼일 보라느니
하면서 윽박지르면 아들 녀석 반발심만 더 생깁니다. 녀석 조용히 앉혀 놓고 이 한마디만 해주세요.
대한민국 남자들이면 거의 아는 문구 일 텐데 여자들한테는 좀 생소할 겁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건 눈물만이 아니다......한 걸음만 더.....]
사춘기 아들 녀석에게 남자다움을 강조함과 동시에 배려심도 안겨주는 아주 좋은 문구니 기억
했다가 차분하게 들려주세요.

* 밥 먹을 때 참견하지 마세요
특히 남자들은 밥 먹을때 옆에서 누가 참견하는 거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물론 좋은 거 골고루 먹이고 싶은 맘 알지만, 녀석이 가지나물하고 고구마 줄기를 먹기 바라는 건
욕심 같아서 그럽니다. 그리고 많이 안 먹는다고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제 경험상 조만간 먹지
말래도 처먹을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잘 관찰할 건 녀석이 어느 날 혼자 주방에서 계란 삶아 먹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아들 녀석 방 함부로 벌컥 열지 마세요. 그냥 우리 아들이 단백질 대사량이
원활하구나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시기에 정말 방문 잘 못 열었다가 한 달간 서로 눈 못 마주칠
상황 연출되니까 조심하세요. 참고 사항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아들 녀석 나이 때 그런 상황이
연출되면 그래도 한 달가지만,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나이 20살에 어머니와 그런 상황이 연출
돼서 개나리 필 입춘 때 시작해서 서리발 내리는 상강까지 어머니와 눈 못 마주친 사람 있습니다.

* 화를 낼 때 충분한 워밍업을 해주세요
2초 엄마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웃다가도 단 2초도 안 걸려서 버럭 화를 내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아들 녀석한테 있답니다. 물론 당신도 다 이유가 있고 화를 내고 싶어서 내는 게 아닌거 다 압니다.
하지만 이제 아들 녀석도 애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남자들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
파악 못 하고 말기 못 알아듣고 같은 얘기 반복해서 하게 만드는 당신이 보기에 아주 답답한 녀석인 거
압니다. 그렇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하다가도 한순간 돌변해서 등짝을 후려갈기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화를 내더라도 충분한 이유와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위밍업을 해주세요. 이 작업은 아들 녀석에게만 바라는 게 아니고 사실 저에게 더 절실합니다.
내가 젤 무서워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 같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이리 와서 좀 앉아봐..." 이 한마디의 공포는 20년 전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쳤던 어머니의 눈이
떠오릅니다.

몇 가지 안되는 주위사항입니다. 참고로 하셨다가 남은 방학기간 아들 녀석과 원만한 관계 유지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아침마다 화장실 들어가서 30분은 기본이고 고대기 들고 30분 앞머리 펴고 앉았고 한 뼘도 안되는
핫팬츠 입고 아빠 면도기로 다리털 밀고 있는 초딩 6학년 딸아이.. 즉 아침마다 어버이 은혜 흥얼거리는
아들 녀석의 하나뿐인 여동생... 우리 딸아이 사용설명서 좀 부탁합니다. 난 도저히~~~~~
이 가시나 요즘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저번에 길거리에서 어떤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기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학교 앞에 노래방 아저씨라며 서비스 팍팍 넣어준다고 길거리에서 어색하게 사장님한테 아빠라고
소개해 주는 이 가시나를 내가 어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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