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의장주교 김근상 주교)는 설립120주년 기념일인 9월 29일(수) ‘성미카엘과 모든 천사 축일’ 오전 7시에 서울주교좌교회에서 설립기념감사성찬례를 드린다. 이날 감사성찬례는 의장주교의 집전 및 설교로 진행된다.
<대한성공회 설립 120주년 의장주교 교서 전문>
대한성공회 설립 120주년을 기리며.
하느님의 선교사역에 헌신하고 계신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께 주님의 크신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올해는 대한성공회가 설립된 지 120년이 되는 해입니다. 1889년 주교로 서품받은 고요한 (Charles John Corfe)주교가 1890년 9월 29일 내한하여 ‘조선종고성교회’를 설립하여 시작한 이래 120년의 선교역사가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120년의 선교역사는 이 땅의 모진 수난과 역경의 노정 속에 이어졌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과 함께 했던 여정이었고 동족상전의 비극과 상처로 얼룩진 폐허의 땅을 일구는 길이었으며 개발독재로 인권유린당하는 약자들과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며 이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역사였습니다. 이러한 여정 속에 우리 대한성공회는 1965년 최초의 한인주교를 성품하였고 지난 1992년에는 세계성공회의 한 지체로서 자주, 자립, 자전의 정신을 바탕으로 독립된 관구로 서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고백하며 이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믿음의 선조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바칩니다.
선교 120주년을 맞는 우리는 이제 과거의 기억을 넘어 다가오는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야 합니다. 지난 역사적 경험을 기초로 이제 우리의 유산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전 세계를 향해 우리의 시야를 돌려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교회 내적으로 성공회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합시다. 성공회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은 한국교회를 쇄신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물신주의와 경쟁주의, 그리고 교파주의에 사로잡힌 한국교회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때 우리 성공회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자 합니다. 로마카톨릭의 오랜 관습을 타파하고 종교개혁의 과정에서 발생한 분파주의를 극복하며 중도의 길을 모색했던 지난 성공회의 역사와 전통은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데 결코 손색이 없습니다.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신․구교의 전통을 존중하며 이웃과 더불어 교회 공동체를 일구어 가려는 우리들의 모습은 한국교회의 모범이 될 것입니다.
둘째, 통일사회를 대비하는 교회사목에 우리의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20세기 냉전시대가 만들어 놓은 마지막 분단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남북간 반목과 불신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고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역사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은 이러한 역사가 지속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는 지난 2007년 평화대회를 개최하였고 평화통일선교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남북나눔운동을 전개하며 상호 신뢰의 기반을 쌓고 있고 상호 이해와 배움의 기회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의 내적인 상황은 통일사회를 맞이하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사회를 대비하여 교회사목의 관점을 바로 세우고 다름을 수용하며 화해와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에 더욱 매진해야 합니다.
셋째, 글로벌 시대 아시아의 이웃나라들과 더불어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현재 아시아 대부분의 이웃나라에는 세계성공회의 일원으로써 같은 신앙전통 위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돌보고 연대하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어려웠던 시기 우리가 받은 사랑은 이제는 이웃나라 형제자매들과 나눠야할 때입니다.
끝으로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현실사회를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의 몸된 교회는 이 땅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기에 현실사회는 교회선교의 대상이 되며 하느님의 사역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됩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내세 지향적이고 탈정치적인 신앙관을 강조하나 우리 성공회는 사회개혁과 복음화를 신앙의 중심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 사회현상들, 예컨대 환경문제, 소수자인권문제, 정의문제, 빈곤문제 등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갖고 이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활동들과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사목적 관심에서 결코 소홀해질 수 없는 활동이 됩니다.
오는 2015년이면 대한성공회 선교 125주년을 맞이합니다. 선교 125주년에 우리가 함께 고백하게 될 멋있는 교회의 모습을 꿈꾸며 우리의 열정을 다시 모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선교 120주년을 시작으로 선교 125주년을 맞이하는 준비를 본격화하고자 하오니 많은 관심과 기도 바랍니다.
2010년 9월 14일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김근상 바우로














기도와 신앙 / 생활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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