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 중 네 번에 걸친 성찬례는 제게 특별한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피정 중 회심의 여정, 일치의 여정에서 일생 돌아보기를 하면서 점점 더 그 의미가 생생해졌습니다. 내 안에 하느님의 본질, 성품, 곧 창조적 능력과 더불어 권능과 영광, 거룩함, 자비와 사랑이 성령의 은총 안에서 이루어져가고 있다는 확신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의 피정을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의 이중성을 보아야 합니다. 위선과 진실 그리고 이기심과 이타심의 이중성, 양면의 소유자라는 것입니다. 위선과 이기심은 생존전략에 의해 형성된 것이자, 동시에 육체적 본능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연약한 육체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죄의 유혹(창3;1-7, 마태4;1-11)과 더불어 삶의 여정에의 결핍으로 억압과 소외, 무시와 거절 등의 상처로 인한 피해의식에 따른 잘못된 보상심리에서 온 것입니다. 겉으로는 고상하고 거룩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안에는 온갖 분노와 악의, 시기, 질투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더 깊은 심연, 내면을 주목해야만 합니다. 하느님의 숨, 영이 깃들어 있는 깊은 심연에는 이타심과 진심, 진실이 감춰져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멈추고 침잠(沈潛)에 들어가야 합니다. 엘리야와 사렙다 과부, 두 렙톤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의 삶의 여정 안에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나는 너희를 업고 다녔고, 모태에서 떨어질 때부터 안고 다녔던’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은총이 발견됩니다. 그러한 은혜의 체험으로 엘리야도, 두 과부도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 부자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방인인 사렙타 과부에게로 가라는 주님의 말씀에 엘리야는 순종할 수 있었고, 마지막 구워먹고 죽음을 기다려야할 빵 한조각도 엘리야에게 먼저 내 놓은 수 있었던 사렙다 과부도 이러한 믿음의 체험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가난한 과부가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을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그리고 삶의 여정을 깊이 성찰해 보십시오. 거기에 하느님의 은혜가 얼마나 많았는지! 너무 많아 이루 다 헤아릴 길 없는 하느님의 사랑, 세어보면 모래보다 많고 다 세었다 생각하면 또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성찰하셔야만 합니다. 모든 인간의 삶의 여정에는 이처럼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돌보심과 자비와 사랑이 모든 발걸음마다에 감춰져 있습니다. 이 은혜를 찾아내고 발견될 때만 우리가 진실해 질 수 있고, 위선과 거짓의 옷이 벗겨지고, 감사와 찬양의 제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내 앞에 빈손으로 나오지 마라.’(출23;15)는 말씀 안에는 제물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를 안고 나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제단에 나오기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할 예물이 감사와 찬양입니다. 감사와 찬양은 오롯이 자신의 전부, 전체를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전부를 우리에게 희생 제물로 내어놓으셨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동전 한 닢 값어치였지만, 하느님께는 그 사람의 전부로 받아들였듯이, 여러분 자신을 감사의 찬양의 예물로 봉헌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