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주지 않으시는 은혜
역사 속에서 주님이 재림한다고 날짜를 찍은 그룹이 몇 개 있습니다. 제가 처음 기억하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들로 1972년도 쯤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예언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으로 그 말에 잔뜩 겁을 먹은 제가 신부님께 여쭤보니 신부님은 “ 응, 그 사람들.. 한두 번도 아냐‘ 하며 한마디로 무시하신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다미선교회‘입니다. 1992년 10월 28일이라고 날짜까지 찍고 대대적으로 전도에 나섰습니다. 주님이 다시 와서 믿는 이들만 휴거되니 세상에 재산 쌓지 말라고 했었죠. 자신들은 당시 6억짜리 건물을 구입하면서...
그런데 성경을 자세히 보면 주님도 그 날과 그 시간은 모르신다고 하시며 제자들에게도 그런 걸 알려고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확실한 것은 계산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은 믿든 안 믿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그 때가 임하면 믿는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유정란과 무정란이 겉보기엔 똑같아 보여도 어미닭이 품어보면 생명과 죽음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도 그 날과 그 시간에 대해서 분명히 구별하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 그 사건은 갑자기 임할 것이란 것입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고 하십니다. 설마 늘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을 크리스천이 되려면 잠도 안자고 먹지도 말고 깨어서 기도만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분은 없겠죠?
언제 올지 모르고 알려 주지도 않는 것에 섭섭하거나 실망하시는 분들이 혹시 있나요? 이게 무슨 복음, 무슨 기쁜 소식이냐고 회의가 드는 분이 있나요? 그러나 가만히 묵상 해보면 그 날과 그 시간을 아는 것이 그리 기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명백히 안다면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는데 맥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앞으로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주고 더 나아가 주님의 나라와 은혜가 우리가 기대하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준다는 점에서 기쁜 소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날과 그 시간을 찍는 행위는 주님도 모르는 일을 자신을 알겠다고 하는 교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주님이 알려고 하면 알 수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주님은 그것을 알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나 다미선교회처럼 쓸 데 없는 곳에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오늘 우리의 삶을 주님과 동행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