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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부활대축일


교우들께 드리는 교구장 주교 사목서신 2

작성일 : 2020-03-24       클릭 : 133     추천 : 0

작성자 약수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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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들께 드리는 교구장 주교 사목서신 2

 

교우들께 드리는 교구장 주교 사목서신 2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모든 교우의 건강과 평안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전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감염증으로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합니다. 생명과 건강의 위협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 간의 만남이 그치고 일자리마저 사라지면서 누구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분위기마저 감도는 지경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공권력의 통제는 강해지고 있지만 수습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교회도 이 사태에 놀라고, 교우들도 생활과 살림살이에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사태가 속히 진정되기를 바랍니다. 확산 예방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서로 힘을 모아 보살펴야 합니다.

서울교구는 확산 예방과 방역 실천을 적극 안내하고 있으며 이 상황에 따른 전례와 사목 지침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교구장 주교로서 저는 우리 교우들에게 성공회 전통과 신앙의 관점에서 교회의 사명과 신앙의 실천을 되새기고 권면하려는 뜻으로 이 서신을 보내드립니다.

서울교구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에 따라, 방역 당국이 권고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정책에 충실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교우들과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긴급하고 마땅한 일입니다. 그리하여 공동체 전례와 교우들의 단체 모임을 중단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의 방역 지침을 존중하되, 교회의 사목적인 판단은 교회의 신앙과 선교에 근거를 둡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교회의 회중석은 한 달이 넘도록 비어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역설적으로 이 현실 안에서 희망의 근거를 묻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신앙의 토대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무엇을 더 잃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덜 중요한 것을 버리고 비울수록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반드시 채워집니다.

이번 상황으로 교회와 교우들이 겪는 어려움도 많지만, 성공회가 이 땅에서 지상최선의 교회로 살아가는 책임과 의무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라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관한 우리의 바른 이해와 실천이 이 땅에 그리스도의 몸을 바로 세우며 신앙을 지켜나가는 힘입니다.

성공회에서는 교회라고 말하면 일차적으로 교구를 단위로 한 교회를 뜻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해가 왜 중요한지 절실히 경험했습니다. 성공회는 이번 사태에 교구 단위로 공동 대처하고 있습니다. 개별 교회 별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교단에 비해, 성공회는 세상을 위해 함께 일하는 교회의 본보기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교구는 단순히 개별 교회를 묶은 모임의 이름이 아닙니다. 교구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신앙을 계승하는 주교가 으뜸 사목자로서 이끄는 일정 지역의 전체 교회를 뜻합니다. 성공회가 교구를 교회의 기본 단위로 보는 까닭은 교구가 교회의 본질을 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개인의 구원에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개인의 실존과 함께, 개인과 개인의 관계, 개인과 집단의 관계 모두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에 관심을 둡니다. 교구는 하느님 나라의 일을 가장 잘 수행하는 단위입니다.

이번 교구의 대처와 신자들의 협력에서 보듯이, 성공회 신자는 혼자만의 믿음에 머물지 않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성공회’(holy catholic church)에 참여하여 교리와 생활을 배우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서 신자가 됩니다. 성공회는 다니는 이 아니라 이루는 입니다. 성공회에서 복음은 개인의 마음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구원의 확신도 개인의 체험에 머물지 않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어떤 믿음으로 깊이 친교하고 상통하며 일치하느냐에 따라 구원이 현실이 됩니다. 성공회는 주님께서 우리를 은총으로 불러주셔서 그 은총 안에서 깊이 친교하고 상통하고 일치한다고 믿는 교회입니다.

모임이 중지되니, 모임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닫습니다. 교회는 사람의 모임이지만 모이는 자체로 교회가 되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교회의 모임을 친목 모임 정도로 여깁니다. 모여서 자기들끼리 유익을 얻는 집회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교회인 성공회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모입니다. 세상과는 구별되는 가치와 방식과 목적을 따라 모입니다. 이번 사태로 중단한 것은 한 곳에 모이는 집회일 뿐입니다. 여기서 교회의 본질은 더 분명해져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서 모이지만, 세상과 구별되어 모입니다. 교회 건물에서 모이지 못한다고 큰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세상으로부터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모여서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성령의 공동체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로 봉헌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살피게 되었습니다. 성공회 신자는 자기 바깥에다 교회를 두고 거기서 무엇을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교회를 이루는 일은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께 성령 안에서 봉헌하는 일입니다. 교회에 나가서 주일을 지키는진짜 이유는 우리가 은총으로 이루는 교회를 지키는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에 교우들은 더 깊은 사랑으로 교회를 지키려고 여러 방법으로 헌금을 해주셨습니다. 깊이 사랑하는 사이는 만나지 못할 때 더욱 그리워하고 자신을 내어주려 합니다. 만나지 않아서 소홀해지는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 거래이기 쉽습니다. 이 어려운 때에 교우들이 교회를 이루고 지켜내는 사랑을 깊이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태로 성직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께로 부름 받은 많은 신자로 이루어집니다. 주교는 주님께서 당부하신 선교의 일, 곧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일을 먼저 신자들에게 위임합니다. 모든 신자는 교회 안팎에서 교회를 이루고 지켜내는 사목자입니다. 세례와 견진성사가 바로 그 확인입니다. 주교는 사목자인 신자들을 가르치고 세우고 돌보고 섬기는 일을 사제와 부제에게 위임합니다. 성공회는 신자와 성직자(주교-사제-부제)가 애초에 하나인 공동체입니다. 신자 없이는 성직자의 역할도 의미가 없고, 성직자 없이는 신자의 사역도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번 위기 속에서 성직자들은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태에서 교회공동체의 중심이 되어 열심히 사목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이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사목자로서 힘을 내도록 기도하고 위로하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은 성직자를 위해서 기도하고 격려하고 감사를 전합니다. 성공회는 교회의 신앙과 실천을 주교와 신자와 성직자가 하나된 교구 차원에서 확인하고 실행합니다. 개인이나 개별 교회의 집합이 아니라, 주교직의 권위를 위임받아 모두 함께 자율과 책임의 질서 안에서 사목직을 수행하며 일치와 상통을 이룹니다.

세상은 더 많이 소유하고 쌓아두는 일을 성공이라고 여깁니다. 이런 영향으로 어떤 교회는 성공의 축복을 많이 얻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성공회 신앙은 스스로 덜어내고 낮추고 비워서 온전히 은총의 힘만이 드러나도록 살아갑니다. 교회의 권위는 사람과 돈이 많아서 생기지 않습니다. 성공회의 권위는 기꺼이 가난을 선택하여 은총의 통로가 되는 일에서 드러납니다.

교우들이 만나지 못하고 모이지 못해서 무척 아쉽고 그립습니다. 그 간극과 거리를 메워주십시오. 자주 전화하고, 문자를 나누고, 편지를 쓰시기 바랍니다. 이런 일이야 말로 성사’(聖事)입니다. 성공회를 성사의 교회라고 할 때, 성사 예식을 잘 지킨다는 뜻이 있지만 일상의 사물과 사건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고 인도하심을 체험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서로 기억하여 안부를 묻고 서로 기도하는 우리의 일상은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성사가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체험은 개인의 상상보다는 두세 사람이 나누는 깊은 친교 안에서 더 확실하고 분명합니다. 교회 안에서 두세 사람의 교우를 위해서 문안하고 기도하십시오. 세상 속에서 두세 사람의 이웃을 정하여 기도하고 도움을 베푸십시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 교우들이 성숙한 성공회 신자로서 깊이 기도하고 아름다운 실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옵니다. 감사합니다. 사순절기의 절정인 성주간과 성삼일과 부활대축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눈 팔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주님께서 먼저 가신 십자가와 부활의 길을 따라 걷습니다. 신뢰하고 사랑하는 교우들에게 아래와 같은 실천을 당부합니다.

1. 바이러스 사태로 고통 받는 여러 나라들과 우리나라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별세한 이들의 영혼과 치료 중인 이들의 회복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수고와 헌신을 기억하며 기도해 주십시오. 육신의 병고와 죽음 앞에 무력한 우리의 믿음을 위해서 기도해주십시오.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화살기도를 바쳐주십시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여,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주님의 자녀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이 땅에 주님의 평화를 이루어주소서!”

2. 여러분이 이루고 있는 교회를 여러분이 잘 돌보아 주십시오. 교회를 통해서 받은 은총을 기억하고, 교회를 지키는 일에 정성과 기도를 모아주십시오. 교우 여러분의 달란트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해 주십시오. 살림이 나은 분은 어려운 분을 돕는 기쁨을 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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