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아저씨의 캐나다

캐나다에 간다고 하니 두가지 반응이 있습니다.
외국생활을 안해본 분들은 대부분 '와, 좋겠다' 이고, 해본 분들은 '뭐하러 고생하러 가?' 였습니다.

막상 2년 외국 생활을 해보니, 다른 나라 살러 간다는 분들이 있으면 말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장 큰문제는 역시 언어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된 사람과 해결되지 않은 사람은 그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민알선업체나 유학원에서 많이 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언어 잘하기는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어요.' 

좀더 양심적인 곳은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정말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40대 이상은 열심히 해도 안되요.'

물론 생존영어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 썼듯이, 물건 사는 정도의 일상 생활영어는 어렵지 않습니다.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여기서 말하는 영어는 외국인과 좀 더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냐 하는 것입니다. 취미, 정치, 사회, 문화등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가 이곳에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매일 '나 지난주에 무슨일이 있었다~' 이런류의 대화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언어에 있어서 여자분들은 훨 씬 더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이건 외국이건 여자들은 좀더 커뮤니티를 잘 만들고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종특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를 못하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분들도 많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도움도 많이 줍니다. 

그런데 한국이건 외국이건 남자들은 좀처럼 어울리기가 어렵습니다. 

외국 남자들도 한국 남자처럼 처음보는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합니다. 몇몇 용기내서 오는 분들도 있지만 딱 예의차리는 정도이지 여자들처럼 적극적이지 않고 단발적입니다. 여자들은 '당신 영어 못하는 군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하며 도와주려고 노력하는데 비해 남자, 특히 중년 남자들은 그런것을 기대하기 어렵니다. 1년여간 꾸준히 다녀도 초기에 인사하고 간단한 신상확인 정도만 하고 영어를 못하는것을 안 이후부터는 불편해서 피하는것이 역력해보입니다. 

불편하기는 본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기는 싫고, 말 못하는데 모임에 우두커니 바보처럼 끼어있는것도 참 불편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임 몇번 한다고 영어가 늘지도 않습니다. 결국 스스로 피하게 되고 갈곳없어 집에만 우두커니 있게되는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이곳은 가족 문화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다니지도 않아 더욱 그렇습니다. 학교나 어학원이라도 다니면 좀 나을텐데 저처럼 밤에 일하고 낮에 집에서 쉬는 경우는 더더욱 외로운 생활을 할 수 밖에없습니다.

주변의 비슷한 시기에 오신 아빠들을 보면 대부분 2년차가 되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고, 참여하는 커뮤니티는 한인교회가 전부인것을 보게됩니다. 물론 계속해서 이곳에 살고 언어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어느정도는 언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이곳 본토박이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언어수준과 살아온 문화의 차이는 20년 30년 산다고 해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 이민을 생각하신다면 중년 아빠의 입장에서는 말리는 편입니다. 아이와 엄마는 행복할 지 모르지만 아빠의 삶은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다는 것을 꼭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가족끼리만 오손도손 놀러다니고 행복하게 사시는데 특화된 분이라면 말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