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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연중 21주일 우리도 생명의 빵이 되어 서로를 살립시다. (요한 6:56-69)

작성일 : 2018-08-24       클릭 : 85     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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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연중 21주일 설교문_20180826_최최종탈고_김은경 신부

 

일산교회 교우님들 !

여러분과 함께 교회를 이룰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석달 전 5월 24일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여기오기 직전까지는 성북나눔의집에서 성북나눔교회 사목과 가정결연 독거노인분들을 찾아가서 생활을 살피고 돌보는 일을 해왔습니다. 성북나눔교회는 작은 교회이지만, 신자분들이 자원하여 결연가정과 결연을 맺고, 후원자로 또는 봉사자로 섬기고 계십니다. 일산교회도 초창기에 사회선교센터를 운영하며 이주노동자를 위한 사목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십 주 년을 맞이한 지금도 지역의 필요에 응답하려는 열망에서 보좌사제를 요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일산교회 규모로 보좌사제를 받기에는 큰 부담을 지는 일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큰 부담을 안고서라도 일산교회를 지역의 필요에 응답하는 교회로 세워나가시려는 교우님들의 사명감이 저에게도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겁도 났지만, 주님께서 부족한 종인 제가 주님의 귀한 자녀들과 함께 일산교회를 본질에 충실한 교회로 성장시켜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실 거라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교회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요? 성공회 선교정신이 그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총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한다. 새 신자를 가르치고, 세례주고 양육한다.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한다.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한다. 앞으로 이 선교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선교를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공회 선교 정신은 성공회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고,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는 일이 곧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을 세상에 나누어 주는 일입니다. 생명의 빵이란 이처럼 누구와 어떤 삶을 살 것인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은 오병이어 기적까지 경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의 빵이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느냐”고 한탄하며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 이제 예수만 따라다니면 굶주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쫓아왔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대가 어긋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후에는 바로 떠나갔습니다.

 

그들처럼 필요를 채우려고 예수님을 따르기로 한 게 아니라면, 우리는 이 생명의 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시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났던 장면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일전에 예수님이 병자들을 고치신 것을 경험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왔습니다. 예수님은 전처럼 자신에게 몰려든 병자들을 고치셨습니다. 마침 저녁때가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이제 식사를 해야 하니 사람들을 흩어서 각자 음식을 사먹게 마을로 보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무리를 흩어 보낼 것 없이 “그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배고픔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은, 제자들 말처럼 흩어 보내서 각자 배고픔을 해결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자신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려서 공동체의 과제로 끌어안으셨습니다. 생명의 빵이 된다는 건 이처럼 내 옆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일산교회가 마두동 지역에서 생명의 빵이 되려면, 마을 주민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신 말씀을 우리 자신에게 하신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일산교회를 산 속에 세우지 않으시고, 지역 안에 세워주신 것은 이 지역에서 생명의 빵이 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명의 빵이 된다는 건 이웃의 처지를 헤아려서 필요에 응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응답하는 과정 중에 만난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 시민으로 초대한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들 중 누군가가 신자가 되고자 하면 교회는 그들을 가르치고 세례주고 양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생명의 빵이라고 하실 때, 자신이 줄 빵은 출애굽 당시 굶주린 이스라엘을 먹였던 메추라기와 만나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무슨 말씀일까요? 

 

예수님 자신이 생명의 빵이라는 말씀은, 인간이 필요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자 하신 겁니다. 필요를 채우는 일과 함께 자신의 존재와 삶 그 자체를 내어줄 때 비로소 세상에 영원한 생명을 줄 수 있습니다.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게 매개해 주었던 어린아이는 이 진실을 잘 보여준 예입니다. 그 아이는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자기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옆에서 굶주린 그 사람과 자신이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믿어야지만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곧 생명의 빵이 되어 자신을 나누어 주는 일은 사람이 본래 어떤 존재인지를 일깨우는 일이며 존재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재입니다. 하느님이신 성삼위는 영원히 상호내주하시고 상호의지하시는 본성을 지니고 계십니다. 성삼위는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지 않습니다. 서로 배제시키지 않으십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사랑으로 하나를 이루고 계십니다. 사람은 이처럼 상호내주하시고 상호의지하시는 하느님의 본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선교는 사람이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고 하는 인간의 본성을 일깨워주는 일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성삼위 하느님을 닮아서 서로 헤아리고 서로 의지하고 돌보며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게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우리가 지역에 나가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고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며 그 가운데서 만나는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하고, 가르치며 세례 주는 일은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의 본성과 본래 가치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일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오병이어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어린아이와 같이 이웃의 처지를 헤아려서 측은히 여기고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임을 일깨워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역사회선교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 그리고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손과 발이 되셔서 이 지역과 여러분의 삶의 현장 속에서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경험해 나가시기를 소망합니다. 그 가운데 예수께서 제자를 얻으셨던 것처럼 여러분도 새 신자를 교회로 초대하셔서 그들이 본래 어떤 존재였는지를 자각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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