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의심을 품는 사람
작성일 : 2018-02-12       클릭 : 258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나해 연중6주간 월요일 (야고 1:1-11 / 마르8:11-13)

 

의심을 품는 사람

작년 某 조사전문기업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자본 및 전문가 권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신뢰도가 매우 낮은 불신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조사에서 특히 주목해 볼 점은 누군가를 신뢰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언행일치(74%)였습니다. 이러한 낮은 신뢰도는 비단 인간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부나 다른 세대, 언론,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1] 아마도 사회의 한 일원인 교회 역시 이러한 세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 야고보의 편지에서 의심을 품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흔들리는 바다 물결과 같고, 마음이 헷갈려 행동이 불안정하다”(야고 1:6, 8)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동번역 성경에는 의심을 품는 사람이라고 번역했는데, 영어성경에는 ‘double minded man’이라고 하고, 중국어 성경에는 三心二意라고 번역하였습니다. 두가지 마음을 품거나, 세가지 마음과 두가지 뜻을 가졌거나 모두 믿음과 신뢰부족으로 인하여 온갖 의심과 의혹, 망설임, 우유부단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처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하여 야고보서는 바람에 밀려 흔들리는 바다물결과 같고, 결국에 가선 주님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고 1:6-7 참조)   

야고보서의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사회를 보자면, 실로 바람에 밀려 흔들리는 바다 물결과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 원인은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의심을 품고,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三心二意와 같은 온갖 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마음상태를 갖고 신앙생활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복음은 의심에 사로잡힌 신앙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보려고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표가 될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자, 예수께서는 깊이 탄식하셨다고 합니다. 기적을 보여주면 믿겠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은 두 가지 마음과 온갖 잡다한 상념에 사로잡혀서 지혜의 말씀을 받아들일 믿음의 토양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아무리 기적을 보여주고, 하느님의 은총을 비처럼 내려준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것을 너무도 잘 아시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부질없다 하시며 배를 타고 떠나가셨던 것입니다. (마르 8:11-12 참조)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날 한국사회는 믿음보다는 서로 의심하고 불신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 역시 믿음으로 주님의 지혜를 구하고 신앙의 인내를 갈고 닦기 보다는 한번에 확 바뀔 수 있는 확실한 기적을 갈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내적성찰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우리를 변화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럴수록 주님은 이 세대에 보여줄 징조는 없다”(마르 8:12)고 배를 타고 저 건너편으로 가실지 모릅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우리 각자가 겪고 있는 시련,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를 풀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의 내면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야고보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하고 있습니다: “내 형제 여러분, 여러가지 시련을 당할 때, 여러분은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인내력을 힘껏 발휘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조금도 흠잡을 데 없는 완전하고도 원만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조금도 의심을 품지 말고 오직 믿음으로 구하십시오. 그러면 모든 사람에게 후하게 주시는 하느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입니다.”(야고 1: 2-6 참조)

참다운 지혜의 원천이시고 모든 시련 가운데 위로와 인내를 주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1] 김현주, “얕은 인간관계, 낮은 사회적 자본. 대한민국은 저신뢰 사회’”, 세계일보, 2017.9.2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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