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초보자와 숙련자(부활1주간 화요일)
작성일 : 2019-04-23       클릭 : 301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부활1주간 화요일>

사도 2:36-41 / 시편 33;4-5, 18-22 / 요한 20:11-18

 

초보자와 숙련자

 

‘3,000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정규교육을 받은 평범한 사람이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3년 정도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전문가란 노력을 통한 결과를 가지고 직업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 또는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의미합니다. 아주 비범한 천재를 제외하곤 대다수 사람들은 시간 속에서 축적된 노력을 해야만 초보 딱지를 떼고 숙련자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예수만 믿으면 단박에 구원받는다는 식의 말로 믿음을 호도하는 목회자나 신도들을 종종 볼 때가 있습니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사도 바울처럼 주님의 특별한 섭리로 인생의 가치가 180도로 변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가지고 모두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보편화 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꾸준한 신앙생활로 조금씩 조금씩 하느님을 알아가고, 닮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신앙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은 세례라는 입문의식을 통해 신앙에 발을 들여 놓은 다음 오랜 숙성과 단련의 과정을 지나 마침내 성숙한 숙련의 과정을 향해가는 여정인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러한 신앙 여정 중에서 초보자와 숙련자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독서 사도행전에서 오순절에 사도 베드로가 성령을 가득히 받은 다음 설교를 했을 때 보인 사람들의 반응은 초보적인 신앙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베드로는 사람들에게 회개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시오.”(사도 2:38)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증거를 들어 그들을 설득시키고 이 사악한 세대가 받을 벌을 면하도록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사도 2:40) 이러한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성서는 그들이 마음이 찔렸다’(사도 2:37)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례를 받고 막 입문했거나 혹은 오랜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징벌에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나쁜 행동을 해서 양심이 찔리는 것이 주를 이룬다면 우리의 신앙은 아직 초보자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원한 벌에 대한 공포심과 가책은 우리를 선하신 하느님께 오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요소가 있기에 사람들은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며, 달콤한 악의 유혹을 물리치고 참 진리이신 하느님께 귀의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이것만 말하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우리 신앙은 두려움, 경외감을 초월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임에 대한 사랑입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부활하신 예수님이 만나는 장면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갈망하는 우리 신앙의 정수인 사랑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의 시신을 살피러 무덤에 갔습니다. 그런데 무덤이 열려있고 예수님의 시신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제자들에게 알렸고 베드로와 요한이 와서 보고 확인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존경하고 사모했던 마리아는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천사가 와서 말을 해도 심지어 예수께서 와서 말을 건네도 알지 못한 채 그녀는 자신의 애통한 심정을 호소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께서 마리아야!”하고 부르시자 그제서야 그녀는 그 분이 예수님인지 알게 돼서 라뽀니(선생님)”하고 반갑게 대답했습니다.

마리아야!”라는 부르심과 라뽀니라는 대답은 아마도 예수님과 마리아 간에 평소에 늘 주고받던 호칭이었으며, 그 속엔 사랑의 감정이 담긴 소통의 표시였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앞에 오고 간 말 속에선 전혀 인지 못했다가 가장 원초적인 이 마리아야라는 단순한 말 한마디에 단박에 깨닫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신앙이 도달하는 최고의 경지, 숙련자의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감사성찬례 예문에도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는 구절이 있듯이, 주님을 아는 것은 복잡한 것이 아닌 마리아야라는 한마디에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이 경지에 단숨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처음 영접하고 그 분을 따라다니며 그분의 목소리, 그분의 말씀, 그분의 행동을 곁에서 보고, 배우고 하는 숙성의 기간이 있었기에 마리아야라는 한 마디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신앙의 여정에서 지름길은 없습니다. 만일 지름길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의 기적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오순절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려서 믿게 되는 초보자의 경지에서부터 막달라 마리아처럼 주님의 한 말씀을 듣고 단박에 알아차리는 숙련의 경지까지 기나긴 신앙의 여정을 걸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오늘 하루 우리의 신앙여정을 살펴보고 우리의 신앙이 단지 주님을 무서워하는 것에만 머물지 말고 막달라 마리아처럼 진정으로 주님을 사모할 수 있는 참된 사랑의 경지로 오를 수 있도록 다짐하고 기원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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