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20190928 성공회신문 사설원고
작성일 : 2019-09-30       클릭 : 290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대한성공회 설립 129주년 기념에 즈음하여

 

129년 전, 1890929일 고요한(John Corfe) 초대주교께서 제물포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우리교회는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과 함께 격변의 세월을 함께 해 왔다. 이제 내년이면 130주년을 맞이한다. 올해부터 우리는 매 주일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때마다 대한성공회 선교 130주년 기도문을 통해 이 땅에 성공회를 세워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그동안 우리가 미진했던 점을 뉘우치고, 장차 다가올 우리민족의 과제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주님의 도구로 쓰이게 해달고 염원하고 있다.

교회는 인류구원을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부여받은 세 가지 직무-예언직, 사제직, 왕직-를 가지고 있다고 가르친다. 이 직무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19-20)에 근거한다.

이처럼 주님이 교회에 주신 세 가지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우리교회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려봐야 할 것이다.

먼저, 예언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 우리교회는 예수께서 사람들을 당신의 제자로 삼으신 것처럼 세상 사람들을 예수님의 제자들로 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선교초기에 우리교회는 이 땅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료선교를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해방 이후, 특별히 급속한 산업화 시기에는 나눔의 집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벗이 되고자 노력하였으며, 독재에 항거하는 정의로운 외침을 하는 시대의 예언자 역할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화와 함께 연동되는 전 지구적인 빈부의 문제, 경제불황, 환경오염 등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과 그 압도적인 규모 앞에 세상에 매몰되지 않고 주님의 제자로 깨어있기 위하여 우리의 예언직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제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 초기 이 땅에 온 외국인 사제들은 당시 타 교단의 외국인 목회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학식과 인품으로 사람들을 감화하였다. 물론, 교단을 불문하고 그 당시 그들이 동양인에 대한 우월감이 없었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우리 선배 사제들은 세례를 비롯하여 각종 성사를 집전하고, 그 밖에 교회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였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한국전쟁 시기, 끝까지 교회를 지키다 고난 받고 순교한 것은 지금도 우리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의 사제직도 성사집전과 말씀선포에 충실함은 물론 학문과 덕을 연마하는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성직자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사제직으로 불림받은 신자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왕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 교회의 왕직이란 왕이신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한다는 자각에서 온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왕은 세상이 생각하는 왕과 다르다. 그것은 겸손과 섬김의 왕직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세상의 가치와 다른 대조사회인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오면서 우리교회가 과연 겸손과 섬김의 모범이신 주님을 얼마나 본받으려 노력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사회는 점점 겸손과 섬김, 소통과 공감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129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교회가 예언직, 사제직, 왕직이라는 본질에 충실할 때 우리의 선교는 더욱 힘이 넘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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