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청지기에 대하여(다해 연중25주일)
작성일 : 2022-09-18       클릭 : 1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20918 다해 연중25주일

예레 8:18-23 / 1디모 2:1-7 / 루가 16:1-13

 

 

청지기에 대하여

 

청지기(steward)란 단어는 한자와 순우리말이 결합된 말입니다. 청지기에서 ()’은 듣는다는 뜻이요, ‘지기는 그러한 사람이란 의미입니다. 즉 청지기는 주인이 맡긴 것들을 주인의 뜻에 따라 관리하는 위탁관리인을 말합니다. 신약성경 원어인 그리스어에선 오이코노모스(οiκονόμος)’라고 하는데, 이 말은 (오이코스, οiκος)’관리하는 사람(노모스, νόμος)’이란 뜻입니다. 우리말로 관리인, 집사라고도 번역합니다. 후에 교회에선 부제 혹은 집사(執事)라는 직책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교회위원들의 중요한 직무를 지칭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사제를 포함하여 교회의 모든 신도들은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청지기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주님의 양들인 동시에 양들을 잘 관리할 청지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청지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2독서는 청지기의 모범 중 한 분인 디모데오에게 사도바울이 당부하는 말씀입니다.

먼저, 복음에 묘사된 청지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내용은 언뜻 이해가 잘되질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부잣집 집사노릇을 하면서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다가 발각되어 집사 일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합니다. 그래서 그는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기 전에 주인에게 빚진 채무자들을 불러 빚을 탕감해 줍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 집사의 처신에 대하여 칭찬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주인은 집사의 사기행각을 보고 화를 내야지 어떻게 칭찬할 수 있나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 당시 청중들도 예수님이 그런 비양심적인 집사를 나무라실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예수님은 그 집사를 다음과 같이 칭찬하십니다: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루가 16:8)” 예수님은 집사의 비양심적인 처신은 뒤로하고 다만 그가 민첩하게 위기에 대처한 사실만을 언급하십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아주 특수한 상황이고, 그러기에 이 이야기에서 주인이란 재산을 맡기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주인이 아닌 예수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비유의 핵심은 집사의 불의한 처신이 아니라,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가 취한 민첩한 결단과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초대교회 시대에는 하느님의 나라가 곧 임박할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닥치게 될 종말에 대비하여 이 청지기처럼 유다백성과 종교지도자들도 민첩하게 서둘러 회개를 준비하라는 뜻으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또한 회개라는 것도 막연히 죄를 다신 짓지 않겠다는 각오가 아닌, 기름 백말을 오십 말로, 밀 백 섬을 팔십 섬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행동이 동반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전반부에 있는 약은 청지기비유는 일반적인 윤리기준이 아니라 갑자기 닥친 위급상황, 더 나아가 종말과 같은 상황 속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실제적으로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말한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를 비롯하여 회사, 단체 등 사회영역에서 청지기들이 위기에 얼마나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약삭빠른 청지기 비유를 통해 비상상황이 왔을 때 청지기가 자기도 살고, 빚진 이들도 살리는 비상조치를 말씀하심으로써 당신의 십자가 사건으로 성부 하느님으로부터 엄청나게 빚을 진 우리들을 살리실 거라고 암시하셨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비유는 종말론적이고 구원론적인 뜻이 담겨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예수께서는 재물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러면 재물이 없어질 때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루가16:9)” 이 말씀은 자선(慈善)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살아생전에 자선을 베풀면 자선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저승에서 자선을 한 이를 기꺼이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생명과 천국을 갈망하는 신앙인들은 살아있을 때, 자선을 통하여 하늘의 친구들과 하늘의 보화를 쌓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청지기의 책임감과 성실함에 대해서도 언급하십니다. , ‘지극히 작은 일’, ‘세속의 재물’, ‘남의 것을 성실히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그 보다 훨씬 소중한 일- ‘큰 일’, ‘참된 재물’, ‘너희의 몫’-을 다룰 것이라고 하십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 백성이 세상의 재물을 사용하는 데 성실하지 못하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런 이들에게 하늘의 재물을 맡기시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의 청지기직은 또한 세상의 청지기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동일한 관리능력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음은 우리들의 마음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루가 16:13)” ,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들은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하느님만 섬기고 재물을 섬겨서는 안 됩니다. 재물은 섬겨야 할 주인이 아니라 우리가 활용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주인으로 섬길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참된 자유를 주시지만, 재물을 주인으로 섬기면 재물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오아시스와 같은 환상과 갈증으로 우리를 재물에 종속된 존재로 만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안에서 자유함을 누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재물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가 재물을 제대로 부릴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크리스천 청지기의 마음자세(disposition)입니다.

이상과 같이 그리스도인 청지기는 비상시기에 비상한 방법으로 자신과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위기해결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재물을 자신만이 아닌 이웃에게 베풀 줄 아는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야 하며,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하여야 하고,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시면서 재물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재물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이러한 현실적 힘의 바탕은 어디로부터 나옵니까? 그것은 기도의 힘으로부터 나옵니다.

2독서에서 사도 바울은 그의 제자 디모데오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하십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간청과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권하는 바입니다.(1디모 2:1)” 여기서 말하는 기도는 개인기도가 아닌 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중보기도(intercession)’라고 부르는 이 기도에서 사도 바울은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언급하십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이고, 다른 하나는 감사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구원이 어떤 특정한 부류만을 위한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인류전체 더 확장하면 온 세상만물을 향한 우주론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중보기도도 우리들만을 위한기도가 되어선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감사성찬례에 있는 신자들의 기도를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Prayers of Intercession)'로 번역한 것입니다. 또한 기도를 할 때 우리는 흔히 간구하고 간청하는 기도는 하지만, 감사하는 기도를 소홀히 할 때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당신의 제자이자 교회의 청지기인 디모데오에게 참된 기도는 간구와 간청으로 하느님을 변화시키는 것 못지않게 기도자 자신이 변화하는 감사의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청지기 신앙인은 주님이 맡기신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교우여러분!

오늘 우리는 교회위원 선거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주일에는 신자회장 선거를 합니다. 또한 각 단체마다 단체장 선거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주님이 맡기신 우리교회의 청지기직을 수행하실 분들을 뽑는 일입니다. 내년이면 교회설립 130주년이 됩니다. 강화도에 처음으로 설립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오랫동안 신앙의 선배들은 주님의 청지기직을 성실히 수행해 오셨습니다. 우리는 이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주님이 맡기신 이 교회의 청지기를 잘 이어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이 교회를 통해 청지기 사명을 해 오신 분들을 축복해 주시길 희망하면서, 새로 뽑히실 당신의 일꾼들에게 용기와 지혜와 능력을 주시길 기도합시다.

우리를 당신의 청지기로 부르시고 함께 해주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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