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인생의 네 가지 덫(나해 사순1주일)
작성일 : 2024-02-18       클릭 : 59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40218 나해 사순1주일

창세 9:8-17 / 1베드 3:18-22 / 마르 1:9-15

 

인생의 네 가지 덫

 

 

지난번 설교 때 교회는 전통적으로 4복음서의 특징을 사람, 사자, , 독수리로 상징화해서 표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씌어진 마르코 복음서는 후에 씌어진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매우 간결합니다. 오늘 들은 복음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갈릴래아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로 가시어 사탄의 유혹을 받으신 다음, 체포된 세례자 요한의 뒤를 이어 때가 다 되어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전도를 시작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과 루가 복음은 이 내용을 3장과 4장에 걸쳐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압축적으로 기술한 마르코 복음보다는 마태오 복음과 루가 복음을 읽어야 예수께서 세례 받으셨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고, 광야에서 홀로 계실 때 어떤 유혹을 받으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순절 첫번째 주일인 오늘, 저는 이 중에서도 예수께서 광야에서 사탄으로부터 받은 유혹에 대하여 말씀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성경은 예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며 기도하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중 마르코 복음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마태오 복음과 루가 복음에는 예수님이 사탄으로부터 세 번에 걸쳐 유혹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세 가지 유혹이란 돌을 떡으로 만들어 보라는 유혹,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져 보라는 유혹, 그리고 사탄에게 절하면 세상의 모든 권세와 명예를 주겠다는 유혹입니다. 모두가 인간 안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동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인간의 대표적인 욕망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받으신 3대 유혹에다 한가지 욕망이 더 추가된 4대 욕망입니다. 4대 욕망이란 (), (), (), ()’입니다. 동양에선 이것이 우리가 일생동안 번뇌하게 하는 근원이자 인생의 덫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럼 이 4가지 덫을 복음에 나오는 세가지 유혹과 함께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재()를 살펴봅시다. 오늘날 흔히 이야기되는 연봉, 사업소득, 주식, 펀드, 부동산 등은 모두 재산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사람은 재물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人爲財死 鳥爲食亡)’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서 재물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래서 우리는 이 라는 글자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쏟아 붓고 있는지 모릅니다. 모두다 먹고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단식하시며 허기지셨을 때 사탄이 와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 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마태 4:3)라고 유혹하는 것도 본질적으론 재()에 대한 시험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명()입니다. 여기서 이란 유명해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든 심리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예컨대 일부러 강한 척하고, 항상 체면을 차리고, 사사건건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들도 모두 과 관계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한평생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화려하게 성공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명성이나 이름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탄이 예수께 다가와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당신이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마태 4:9)라고 제안을 한 것도 어쩌면 인간 안에 내재된 명예에 대한 욕망을 시험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세번째 욕망은 위()입니다. 직위, 지위, 신분 등이 모두 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나를 명예롭게 하고, 더 나아가 이익을 가져다주고, 때때로 색()을 탐닉하고 픈 욕망에서 유리한 환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경우에는 라는 유혹이 하느님에 대한 시험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탄은 예수님을 거룩한 도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려 보시오(마태 4:6)라고 시험합니다. 사탄은 이를 통해 신은 너희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위치에 있는 분이라는 것을 폭로함으로써 인간과 신을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가장 낮은 곳에 임하셔서 인간의 연약한 본성마저 모두 감싸 안으시고 우리를 온전히 구원하여 당신과 일치시키려는 하느님의 구원섭리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에 예수께서는 단호히 거부하셨습니다.

네번째 욕망은 색()입니다. 이는 남녀관계 혹은 감정문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이런 감정문제는 연애, 결혼과 관련되어 있고 나아가 성욕의 문제로까지 이어집니다. 이혼율이 높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어떻게 이성을 대하고 연애를 하며 사랑이 가득한 생활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이성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성격적 결함이 드러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결국 자신도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상과 같이 우리 인생의 최대 욕망은 아마도 財, , , 位 이 네가지 범주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들을 부지런히 추구했고, 그러기에 그것이 인생을 번뇌하게 하는 주요 원천이 된 것입니다. 현실생활에서 누가 이 네 가지 덫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 마저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시며 기도하실 때 시달리셨던 질긴 욕망들인데 평범한 우리들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차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차를 몰다가 결국 자신이 다 소진되어 버리는 일종의 번 아웃(burnout) 증세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신경쇠약으로 심신이 고갈되고 탈진되어 무기력해집니다. 현대인들은 물질문명이 고도화되었기 때문에 정신문명도 옛날사람보다 더 나을 거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저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는 옛 사람들보다 정신적으로 더 광야와 같은 곳에서 지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광야와 같은 인생살이에서 끊임없이 財, , , 位라는 욕망의 굴레에 묶인 채 무한질주를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어, 브레이크를 조금씩 밟으면서 잠시 차를 세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양의 고전 《대학(大學)》은 이를 멈춤을 안 후에 정함이 있다(知止以后有定)’라고 합니다. 왜 이것이 중요하냐 하면 우리의 욕망은 그침이 없고, 그런 이유로 마음이 항상 편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령 커다란 성취를 이뤘다 해도, 지족(知足)할 줄 모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전도활동을 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머무신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잠시 멈춰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면을 살필 때 그 안에서 나를 유혹하는 욕망을 회피하지 말고 용감히 맞서서 그 실체를 파악하라고 하십니다. 그럴 때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은 천사를 보내시어 예수님을 시중들게 했듯이, 예수님은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으로 유혹에 맞서 싸울 영적 힘과 나 자신이 아닌 우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믿음을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노아의 홍수 이후 우리를 다시는 멸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하느님이 주시는 구원의 방주입니다.

우리를 인생의 덫에서 보호해 주시고 구해주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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