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20260217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설날
작성일 : 2026-02-17       클릭 : 3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0260217 설날

민수 6:22-27 / 야고 4:13-17 / 마태 6:19-21, 25-34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藏天下於天下)”

 

어렸을 적 학교나 주일학교에서 소풍 때마다 단골로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것은보물찾기였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모르게 곳곳에 보물쪽지를 숨겨두면, 우리는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수풀 사이며, 돌무더기며, 이리저리 찾아 다녔는데 찾는 것을 워낙 못하는 저는 쪽지를 많이 찾아서 푸짐한 상품을 받은 친구들을 늘 부러워하곤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아라. 땅에서는 좀먹거나 녹이 슬어 못쓰게 되며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그러므로 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 거기서는 좀 먹거나 녹슬어 못쓰게 되는 일도 없고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지도 못한다. (마태 6:19-20)

저는 이 말씀을 가지고 묵상할 때, 오래 전 읽은 중국 고전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藏舟於壑 藏山於之固矣 然夜半有力者 寐者不知 有所遁。

若藏天下於天下 无所遁其形矣。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산을 연못에 숨긴다면, 사람들은 확실한 방법이라 하겠지만, 한 밤중에 힘센 사람이 가지고 달아나 버리면, 잠든 자는 알지 못하나니, 이는 아직도 여전히 감춰둘 때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천하를 천하에 숨긴다면, 그야말로 더 이상 그것을 가지고 달아날 데가 없지 않겠는가!

그 중에서도 특히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藏天下於天下)”라는 말은 참으로 멋들어진 표현입니다. 재물의 규모가 천하라니, 이것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말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물이니 이것을 담을 데가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그런 어마어마한 규모이니 그에 걸맞은 천하에 담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회남자의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저는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는 성경말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땅은 유한함을, 하늘은 무한함을 상징합니다. 재물이 유한한 데에 있으면 눈에 띄게 되고 결국 상대방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재물이 무한한 데에 있으면 그것은 눈에 띄지 않게 되어, 상대방이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수학에서 무한에서 유한을 더하거나 빼도 무한인 것과 마찬가지 원리 와도 같다고 할까요? 그런데 현실생활에서 그나마 어렵게 갖게 된 재물을 어떻게 잃지 않고 천하에 또는 하늘에 감추어 둘 수 있을까요? 성경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 6:31-33)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합니다. 자식은 이런 부모의 사랑 속에서 해맑게 성장합니다.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은 내가 해맑게 자랄 수 있도록 내 안에 당신의 DNA-하느님의 모상(Image of God)-이라는 보물을 심어 주셨습니다. 또한 이 세상 안에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보물을 숨겨 두셨습니다. 나는 살면서 이러한보물찾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의를 구하고 찾는 것은 바로 천하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여정을 통하여 나는 보물 몇 개 찾아 움켜쥐고 잃어버릴까 봐 근심 걱정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서 보물 그 자체인 이 세상과 나를 향유하고 즐기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제 나의 삶은 보물을 움켜쥐기 위해서 찾는 것이 아니라, 보물을 찾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보물, 이 세상에 숨겨두신 보물은 내가 쓰고 또 써도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무한히 생성하는 풍요로움입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는 이것을 찾는 방법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Finding God in All Things)”

그렇습니다! 천하를 찾는 것은 천하의 근거인 하느님을 찾는 것이며, 천하에 숨긴다는 것은 그 근원인 하느님께 귀의(歸依)하는 것이다. 모든 유한한 재물은 수명이 있기 때문에 불안을 야기하지만, 무한한 재물은 영원하기에 자유를 가져다 줍니다.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얻는 일용한 양식과 성취하는 일들, 재물들이 설사 때때로 우리 맘대로 잘 되지 않고 심지어 손해보는 때가 있어도 크게 낙담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말기 바랍니다. 내가 갖고 있는 재물이 적게는 창고에 숨겨둔 물건에서부터 많게는 계곡에 숨겨둔 배, 심지어는 연못에 숨겨둔 산일 정도로 크다 할지라도 내가 좌절과 절망에 빠져 주저앉는다면, 그것은 아직 천하라는 보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희망을 갖고 하늘을 바라보고 천하를 둘러봅시다.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보물은 너무도 커서 아직 보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천하의 보물을 보고, 향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합시다. 하느님은 어쩌면 내가 간구하기도 전에 이미 내 옆에 와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병오년 새해 첫날! 여기 모인 모든 분들께 천하의 보물의 주인 되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임하길 빌며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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