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정동르네상스 2
작성일 : 2020-11-23       클릭 : 426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첨부파일
정동르네상스-성공회역사자료관소식지.pdf

4. 정동재생에서 보는 대한성공회와 서울주교좌성당

2015년 광복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어진 국세청별관이 헐렸다. 그러자 그동안 건물에 가려져있던 성당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고 많은 시민들은 정동에 이렇게 멋진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탄하였다. 이후, 서울시는 정동역사재생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대성당의 재생은 단지 우리 성공회뿐만 아니라 정동에 소재하고 있는 다른 교회들을 재생시키고, 나아가 한때 융성했다가 잊힐 뻔한 우리근대문화의 면면을 다시 소환하고 활성화하는 정동 르네상스를 촉발시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1976년 준공된 세실빌딩(성공회회관)은 김수근과 함께 한국 현대건축 설계의 양대 거장인 김중업의 설계로 만들어진 서울시 미래유산 건물이다. 특별히 정동재생에서 이 건물이 담고 있는 두 곳-세실극장과 세실레스토랑은 의미가 크다. 세실극장은 1970~80년대 소극장 운동의 메카로서 시대에 메시지를 주는 수많은 명작을 무대에 올렸고, 세실레스토랑은 경제발전 시기 한국의 대표적 양식당이자 군사독재 시절 재야인사들의 모임공간으로 민주화운동 역사의 말없는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세실빌딩은 점차 잊혀 갔다. 그러다가 정동재생의 일환으로 폐관된 극장이 다시 열리고, 낡은 건물을 수선하여 사람들이 다시 주목하고 찾아오는 공간으로 변신 중에 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정초석의 말씀처럼 재생되고 있는 세실빌딩을 통해 이 사회 한 가운데 기쁜소식을 전하는 증인으로 존재해주길 소망해 본다.

5. 배와 십자가

세실빌딩과 대성당을 위에서 내려다 볼 때, 두 가지 서로 상반된 상징과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세실빌딩에 있는 팔각형 건물이 배의 조타실이라면, 세실극장 옥상건물 부분은 배의 앞부분과도 같다. 흔히 교회를 완성된 하느님 나라를 향해 부단히 항해하는 배에 비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건물의 설계자 김중업 선생은 이곳을 통해 시대의 격랑을 용감히 헤치고 나가는 교회의 모습, 신앙인의 인생관을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와 상반되게 대성당은 우리 신앙의 핵심 상징인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주황색 기와지붕은 십자가가 의미하는 고난과 헌신을 더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거기에다 시내 한 가운데서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는 세상에 파묻혀 바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경건함을 느끼게 해준다.

두 개의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이 떠오른다. 세실빌딩이 손바닥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같다면, 대성당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같다고나 할까! 이처럼 내재와 초월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선교와 예배가 쌍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우리교회가 가져야 할 균형잡힌 태도를 생각해 본다.

구한말 이태원 거리인 정동의 외교가, 영국공사관 옆에 자리 잡은 정동3번지 대한성공회는 우리들에게 어머니 교회이자, 한국기독교의 요람인 정동의 교회들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제 정동의 역사가 재생(再生)을 통해 말을 걸어오고 있다. 단지 추억으로만 남아있지 말고, 다시 부활(復活)하라고 권하고 있다. COVID-19로 시험받고 있는 이 땅의 교회들에게 정동을 살았던 신앙의 선배들이 부르고 있다: “정동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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