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지옥 같은 이 세상에 오신 희망, 아기예수(성탄전야)
작성일 : 2021-12-24       클릭 : 33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다해 성탄전야

이사 9:1-6 / 디도 2:11-14 / 루가 2;1-14

 

 

지옥 같은 이 세상에 오신 희망, 아기예수

 

 

대림절기 동안 우리는 매주 대림초를 하나씩 키면서 빛으로 오실 아기예수님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 사이에 대림3주 장미주일엔 마구간도 만들어서 아기예수가 누울 구유도 준비했습니다. 오늘밤 우리는 구유를 축복하고 아기예수님을 구유에 모시고 4개의 기다림의 초가 가리킨 빛 자체이신 아기예수님의 오심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 올 것입니다.(이사 9:1)”

 

이 구절에 묘사된 어둠 속’, ‘캄캄한 땅이란 표현을 들으며 저는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온 세상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으로 죽음과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모든 활동들이 크나큰 제약을 받아 생활이 어려워지고, 마음은 우울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둡고 캄캄한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기생충(Parasite)>, <킹덤(Kingdom)>, <오징어게임(Squid game)> 그리고 <지옥(Hellbound)> 등 이른바 한류(K-Culture)'를 통해 코로나 시기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많은 위로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어와 문화, 역사도 다른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세계인들이 왜 이렇게 그토록 열광하고 있는 건가요? 이에 대해 국내외 많은 대중문화 평론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오늘날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어둡고 캄캄한 모습을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예술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고, 이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언어와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 전 세계인으로부터 호평받고 있는 우리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시대 지구촌이 현재 겪고 있는 힘들고도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기생충>을 보면서, 서울과 뉴욕의 반지하 방을 떠올리고, <킹덤>을 보면서 좀비같이 무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연상되며,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약육강식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지옥>을 보면서 지옥 같은 이 세상에서 공포에 떨며 사는 우리를 느낍니다.

성탄 전야 말구유간에 태어나신 아기예수님을 생각하며, 저는 얼마 전 넷플릭스(Netflix)에서 본 <지옥>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아직 못 보신 중이 있으실지 몰라서, 간단하게 이 드라마를 소개하겠습니다.

2016<부산행> 영화를 제작한 연상호 감독이 만든 <지옥>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제법 충격적이고 그러기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드라마입니다. 특별히, 지옥을 갈 거라는 고지(告知)를 받고 그러한 초자연적 현상이 실제로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반응과 사회모습이 마치 오늘날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안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듯합니다. 다만, 현실세계와 드라마가 다른 것은 우리는 고지를 모른 체 막연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는 반면, 드라마는 고지를 받은 사람들의 절망과 그것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의 공포가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그 공포심을 이용하여 활개 치는 왜곡된 종교의 행태를 보면서 참된 종교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 이 밤 아기예수 오심을 기념하며, 저는 이 드라마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갓난아기 장면과 오버랩 되었습니다. 드라마 <지옥>에서 곧 죽을 거로 예정된 갓난아기가 죽지 않은 것을 계기로 그동안 고지를 받은 사람은 천벌을 받은 자이며, 그러기에 모두들 천벌을 피하기 위해 착한 일을 하도록 강요받고 살아야 했던 기성질서가 전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갓 태어난 아기가 고지를 받았다는 것은 이러한 인과응보의 법칙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폭로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고지받은 존재만 지옥에 가야하는데 고지를 받지 않은 부모가 대신 변을 당하고, 아기는 멀쩡히 살아남으로 인해, 공포로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거짓종교이데올로기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하나둘씩 공포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갓난아기는 아무 것도 안합니다. 그저 울음으로 자신을 알릴뿐입니다. 그러나 그 울음은 엄마와 아빠를 움직이게 하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며, 마침내 어둠의 질서를 무너뜨림으로서 캄캄한 현실에서 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구유에 태어난 아기 예수를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신비를 다시금 깨닫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갓 태어난 아기예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온전히 마리아와 요셉의 보살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약하디 약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 아기로 인해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엄마 마리아는 생명을 내놓는 라는 응답을 하였고, 아빠 요셉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그 신비를 가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밖에 늙은 사제 즈가리야와 아내 엘리사벳은 그들을 격려하며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그 밤, 목동들이 천사의 고지를 듣고 참여합니다. 이렇게 작지만 중대한 결단과 행동들이 모여 빛은 어둠 가운데 자신을 밝힐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어둠을 이겨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매년 성탄 전야 구유에 있는 아기 예수를 보면서 이러한 신앙의 신비를 묵상하고, 희망을 꿈꿉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오늘 제2독서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나탔습니다.(디도 2:11)”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 당시 어려움에 직면한 교회 공동체에게 주님의 은총이 이미 왔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힘든 현실 가운데서도 참된 구원과 기쁨을 갖자고 격려하십니다. 사도 바울의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크나큰 위로와 힘을 주는 메시지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힘이 있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연약한 아기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 구원의 신비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기예수를 바라보면서 새 생명의 고귀함과 귀중함 그리고 이 연약한 힘으로 어두운 온 세상을 환히 밝힌다는 신앙의 역설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함께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14)”라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아기예수의 오심과 그로 인해 구원을 희망하는 우리 그리스도교는 드라마 <지옥>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런 종교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우리는 지옥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을 믿지 않습니다. 반대로 하느님 나라에 초대받았다는 기쁨과 희망을 믿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소외시키는 정죄의 종교가 아닙니다. 오히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시려는 착한 목자의 길을 따르는 구원의 종교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지옥처럼 만들지 않고, 반대로 지옥 같은 세상을 천국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드라마 <지옥>처럼 두려움과 어둠에 갇혀 있는 오늘날, 우리는 아기예수 오심을 맞으며 한줄기 희망의 빛을 경축합니다.

2000년 전 오늘 밤, 하늘에서 천사들이 사람들에 고지(告知)’하신 말씀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고지하며 저의 설교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루가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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