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謀事在人, 成事在天(설 명절)
작성일 : 2022-02-01       클릭 : 29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20201 설 명절

민수 6:22-27 / 야고 4:13-17 / 마태 6:19-21, 25-34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동아시아의 전통명절인 설날입니다. 양력으로 이미 2022년이 되었지만, 음력으로 오늘에서야 비로소 신축(辛丑)년이 가고, 임인(壬寅)년이 시작되었습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이 도입되기 전, 우리 선조들은 음력으로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이 계산법은 하늘을 뜻하는 10개의 천간(天干)과 땅을 뜻하는 12개의 지지(地支)를 조합하는데, 올해는 검은 색 수()기운을 상징하는 천간인 임()과 범을 뜻하는 지지인 인()이 결합된 이른바 검은 호랑이해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하늘과 땅, 음과 양의 조화를 통해 시간을 계산하고, 우리 몸을 진단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해석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서구의 기술과 사상을 흡수하여 빠른 성장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론 우리조상들이 물려주신 삶의 지혜를 계승하는데 좀 소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의미로 우리는 서양과 동양의 지혜를 통합적으로 수용하여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성숙하고 풍요로운 삶이되길 희망합니다.

음력을 폐기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와 중국은 오늘날도 이 날을 매우 중요한 전통명절로 지냅니다. 중국은 이 날을 춘절(春節)’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설날이라고 부릅니다. 고대로마에선 동지 무렵, 태양절을 큰 명절로 지내면서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로 되면서 태양절이 크리스마스로 바뀌고, 곧이어 11일 새해가 시작됩니다. , 서양에선 빛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새해로 삼았습니다. 반면에 중국에선 계절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 직전에 춘절을 정하고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춘절이라고 부르지 않고 순수 우리말인 이라고 하는 것은 이 뜻이 새롭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새해 첫날에 입는 새 옷을 설빔이라고 하고, 아직 아직 익숙지 않다라는 것을 낯이 설다로 표현하듯이 설날은 새로운 날이자, 앞으로 익혀가야 하는 날의 시작이라는 미래지향의 뜻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설날에 조상님께 제사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며,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덕담과 축복을 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제1독서 민수기는 사제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복을 빌어주라고 하십니다:

야훼께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시며 너희를 지켜 주시고, 야훼께서 웃으시며 너희를 귀엽게 보아 주시고, 야훼께서 너희를 고이 보시어 평화를 주시기를 빈다.”(민수 6:24-26)

 

이처럼 축복은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축복을 잘 받기 위해선 우리의 마음그릇, 마음자세가 중요합니다. 오늘 제2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의 복을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되는 두 가지 극단적인 모습을 묘사합니다. 하나는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일삼는 교만이고, 다른 하나는 걱정과 불안입니다. 야고보서 저자는 당신들은 지금 허영에 들떠서 장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담은 모두 악한 것입니다.(야고 4:16)”라고 경고하고 있고,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겠느냐?(마태 6:27)”라고 하시면서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마태 6:31-32)”라고 말씀하십니다.

겉으로 보기에 이런 태도는 서로 상반돼 보이지만, 기실 그 뿌리는 하나입니다. 그것은 인간인 내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통제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자세가 있기에 잘 될 때는 허영에 들떠서 모든 것을 내가 쥐락펴락 할 수 있다고 하고, 반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심한 불안과 걱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것입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라는 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명()나라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고사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 량이 숙적인 위()나라의 사마의(司馬懿)와 공방전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제갈량은 호로곡(葫蘆谷)이라는 계곡으로 사마의의 군대를 유인하고 불을 질러 군대를 몰살시키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마의 부대는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제갈 량이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며 말하기를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에 달렸으나, 일을 성공시키는 것은 하늘에 달렸도다.(謀事在人, 成事在天.)”라고 한탄했다고 한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 고사성어처럼 많은 경우 세상 일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일이 성사되지 못하거나, 혹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당초 생각과 달리, 결과가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 나빴다”, “운이 좋았다라고들 말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와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기도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차츰차츰 참된 겸손과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깊어집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이 신앙 안에서 무르익어 갈 때, 야고보서 저자가 권면하신 태도, 만일 주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일 저런 일을 해 보겠다(야고 4:15)”라고 말할 수 있는 겸손한 신앙인으로 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그저 예의를 차리는 말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지켜 주신다는 깊은 신뢰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걱정과 불안으로 힘들어 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격려해 주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어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2-33)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임인년 새해를 맞아 예수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새날을 열어갑시다. 주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의 걱정과 근심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의 보호하심과 하늘의 복을 간구합시다. 그리고 주님이 바라시는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의를 위해서 살아갑시다. 그 나라와 의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가족, 직장동료, 교인들과 친교를 나누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가치와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복을 받으시고 기뻐하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친교를 통해 누리는 기쁨과 평화 속에서 하느님의 뜻과 일, 그리고 그 나라가 점차 이루어질 것입니다.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며, 풍요로운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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