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우리를 위한 하느님(성삼위일체대축일)
작성일 : 2023-06-04       클릭 : 103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30528 성삼위일체대축일

창세 1:1-2:4/2고린 13:11-13/마태 28:16-20

 

우리를 위한 하느님

 

313년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는 밀라노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에 대한 자유를 선언하였습니다. 그 후, 380년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는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선포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삼위일체 대축일은 313년과 380년 기간에 열렸던 두 번의 공의회에서 확정된 삼위일체 교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 325년 니케아 공의회와 381년 황제의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에 열린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 교리가 확정된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325년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313년 종교자유가 선언되어 박해가 공식적으로 중단되었지만, 황제가 로마제국 내 모든 주교들을 니케아로 오라고 했을 때, 혹시 다른 구실로 주교들을 체포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국 각 지역에서 318명의 주교들이 니케아로 왔을 때, 이들은 어떤 면에서 순교를 각오하고 모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황제의 말은 곧 법이었기 때문에 황제가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구실로 그것을 철회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긴장감 속에서 열린 니케아 공의회에서 주교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세 위격으로 존재하는 한 분 하느님이라는 기독교만의 고유한 신론(神論)을 정립한 것입니다. 우리가 주일예배 때 하는 니케아 신경은 바로 이러한 시대배경 속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아무런 신변의 위협을 받지 않고 니케아 신경을 고백하지만, 300년이 넘는 초기교회 역사, 그리고 니케아 공의회에 모인 318명의 주교들에겐 이것은 순교를 각오하고 만든 비장한 신앙선언인 것입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기념하며 그리스도교만이 가지고 있는 신론인 삼위일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신약성경을 보면, 삼위일체에 대한 언급이 초대교회 때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사도 바울이 고린토 교회에 보낸 편지 말미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친교(2고린13:13)라는 축복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인 마태오 복음저자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세례를 주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삼위일체에 대하여 처음부터 믿어 왔고, 삼위일체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축복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하여 믿지 않는 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권력층과 그리스도교에 대해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삼위일체 신앙을 반박하였습니다. 이들은 성부, 성자, 성령이 세 위격이면서도 하나의 신이라는 믿음이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 신이라는 삼신론(三神論)이라고 하던가, 유일신이라면 성부만 신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전능하신 신이 어떻게 당시 로마제국 시대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형벌인 십자가에 매달려 죽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믿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를 성자 하느님으로 믿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일종의 신성모독으로 간주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외부 지식인들의 반박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일부 신앙인들도 예수님은 원래 인간으로 태어났다가 그분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로 입양되어 신이 되었다는 입양설(入養說)을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인간처럼 고통을 받고 십자가에 처절하게 죽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기에, 하느님이 인간에게 보이기 위해 고통받으신 것처럼 보일 뿐, 사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으셨다는 가현설(假現說)을 주장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처럼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삼위일체 교리는 굉장히 논쟁적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신과 인간은 완전히 구별되고 그러기에 전혀 관계할 수 없다고 여겼기에 어떻게 신이 인간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성령을 통해 신과 인간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사변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논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신과 인간이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처럼 왕이나 귀족들도 평민과 노예와의 관계도 그렇다고 여겼는데, 그리스도교는 이들을 모두 형제자매라고 하니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비록 325년 니케아 공의회와 381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삼위일체를 그리스도교의 핵심교리로 삼았지만, 여전히 삼위일체 교리는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서 믿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그리스도교가 서양의 공식종교로 오랜 세월 이어져 오면서 삼위일체 교리는 점점 추상화되어 그것은 일부 신학자들끼리의 학술토론 주제로 변질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교리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된 것입니다. 삼위일체 교리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느님 그 자체(in se)’우리를 위한(pro nobis)’ 하느님. 사실, 유한한 인간이 하느님 그 자체를 완전히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를 위하여 우리에게 오시고 관계 맺는 것을 통해 하느님을 알 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창조하시는 성부, 구원하시는 성자, 여전히 활동하시는 성령을 통하여 우리는 구원을 경험하고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 자신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시는가를 숙고한 결과물이 바로 삼위일체론입니다.

그러나 신학자들이 사변적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적 관계성만 해명하는데 골몰한 나머지 이 세계에서 그 하느님이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시고 역사하시며 변화를 이루어 내시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망각해 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오늘 우리가 들은 제1독서 창세기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스라엘 주변지역인 고대 근동의 창조이야기는 투쟁의 결과물로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바빌론의 창조설화를 보면, 마르둑 신이 바다의 여신 티아마트와 싸워 이겨서 티아마트의 시신으로 우주만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경의 창조이야기는 하느님의 영이 깊은 어둠 속에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계시다가 말씀으로 세상만물을 하나씩 창조해 가십니다. 그리고 만드신 만물을 보시고 참 좋았다고 하십니다. 거기에는 새끼를 정성껏 품는 어미새와 같은 사랑과 새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의 창조정신은 이제 자신이 낳은 자녀들이 잘못된 길에서 올바른 길로 돌아오길 애태우는 부모의 마음처럼 하느님이 친히 인간이 되시어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보여주시고 그 죄값을 대속하시는 것까지 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러고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우리와 계속해서 관계를 맺고 싶으셔서 성령으로 구원의 상태를 유지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러한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 그리고 그 사랑의 관계를 깊이 깨달았기에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목격하였고, 교회를 통하여 성령으로 우리를 세상끝날까지 사랑의 관계를 이어 가길 원하는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력으로 연중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를 위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이제 내 주변에 증거하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 다르나 주님 안에 한 몸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마치 삼위(三位)가 한 몸이듯이 말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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