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0:20-28 고난의 잔, 영광의 잔
오늘 복음말씀을 읽을 때마다 저는 첫 서원 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입회한 동기들이 그동안 기도하면서 마음에 담아둔 성경말씀에 대하여 서로 나누고 그 중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구절을
서원식 독서로 택했습니다. 당시 우리들은 수련과정을 마치고 정식으로 수도자가 된다는 기쁨에 설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동체 생활을 하며 서로 비교하고 비교당하면서 상대방 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욕망과 부단히
싸우고 있는 우리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오늘 말씀에 나오는 열 두 제자들처럼 말입니다.
주님께서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제자들이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서원식 날 우리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날 수련장께서 주신 작은 십자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책상 앞에 오래된 친구처럼
저를 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 때를 되돌아 보니,
예수님께서 하신 그 물음과 내가 했던 그 대답의 무게를 이제서야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 앞에 있는 십자가의 예수님에게 기도합니다. 부족한 제가 오늘도 그 잔을 감당할 수 있게 은총을 내려 달라고 말입니다.
오늘의 말씀: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오늘의 기도: 당신께서 마신 그 고난과 영관의 잔을 저도 마실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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