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바람, 불, 언어(성령강림대축일)
작성일 : 2023-05-28       클릭 : 9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30528 성령강림대축일

사도 2:1-21/1고린 12:4-13/요한 20:19-23

 

바람, , 언어

 

지난 주일 우리는 예수승천대축일을 기념하면서 예수님의 지상사역을 마감하고 그 사명을 교회가 이어받았음을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오늘 성령강림대축일은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내적 능력을 부여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원래 이날은 유대인 전통에선 오순절(五旬節, Pentecost)입니다. 출애굽기를 보면, 유대인들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다가 모세의 인도로 탈출하였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밤, 그들은 어린 양의 고기, 누룩이 없는 빵, 그리고 쓴 나물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을 건너갔다(Passover)’는 뜻을 지닌 유월절(逾越節) 혹은 과월절(過越節)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오순절은 과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날은 이집트를 탈출한 백성들이 시나이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야훼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것을 기념합니다. 또한 이 날 사람들은 우리의 맥추감사절처럼 곡식의 첫 열매를 수확하여 봉헌하고 축제를 열어 하느님께 감사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사도행전 2장은 오순절 축제 때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제자들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께서 부활하셔서 그들에게 나타나신 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과 놀라움을 경험하였습니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께서 승천하시는 것도 목격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경이로운 기적을 체험을 하였지만, 여전히 그들은 두려웠으며 또한 이것을 어떻게 증언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오순절이 다가오자, 예물을 봉헌하고 예배와 축제를 지내러 각지에서 예루살렘으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좀 답답한 모습을 하고 있던 제자들과는 반대로 주변은 즐겁고 들썩이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오순절 당일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성경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 그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차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여러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도 2:2-4)

사도행전의 저자 루가는 성령강림으로 교회가 탄생하는 순간을 위와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세 가지 표징이 눈에 띱니다: 바람, , 언어입니다. 이 세가지를 받은 제자들은 이전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오순절에 예루살렘에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복음을 증언합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내린 이 세가지 성령의 표징은 무슨 의미일까요?

먼저, 바람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과학적으로 볼 때, 바람은 지구의 표면과 태양의 복사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 태양열을 받은 따뜻한 공기가 위로 상승하고, 태양열을 받지 못한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공기의 흐름이 바로 바람입니다. 지구는 바람을 통하여 온도를 조절하고, 비를 내리면서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도록 돕습니다. 성령은 이러한 바람으로 오십니다. 이제 이러한 바람으로 제자들은 다락방에 멈춰 있지 않고 예루살렘 거리로 나갔습니다. 이것이 보여주는 의미는 움직임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바로 성령의 움직임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선교는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려는 모든 존재를 향해 바람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선교의 바람을 통해 교회는 냉담하고 좌절한 사람들에게 열정과 희망을 불어넣고, 오만하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겸손과 현실을 볼 수 있는 지혜를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바람처럼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싣고서 온 지역으로 퍼져 나갑니다.

다음으로 불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불은 열과 빛, 연기를 발생시키는 화학반응입니다. 불을 통해 우리는 추위를 피하고, 음식을 조리해 먹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불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통신, 제조, 운송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합니다. 그러나 불은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도 갖고 있습니다. 성령이 불로 제자들에게 임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태워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불로 물질을 태워서 없애듯이, 성령의 불은 우리의 부정적인 요소들, 즉 실패와 원한, 죄와 두려움 등을 태워버립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에선 이것을 정화(purification)라고 합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선 우리는 반드시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모세가 불붙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을 만난 것(출애 3:1-15 참조), 이사야 예언자가 환시 중에 뜨거운 불집게로 입을 정화함으로써 예언자의 사명을 받은 것(이사 6: 1-8 참조)도 모두 정화를 통해 낡은 인간이 불살라 죽고,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태움의 과정을 거쳐서 불의 두번째 기능인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교에선 이것을 거룩함(holiness)이라고 합니다. 성령의 불로 두려움이 태워지고, 예수님의 사람으로 변화된 제자들은 마침내 예루살렘 사람들을 향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합니다. 성령께서 주신 불의 정신을 간직한 교회는 우리를 짓누르는 어둠을 밝히고 정화하여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거룩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걸어가야 할 구원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구원의 길을 세상에 증언해야 합니다.

마직막으로 말(language)입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이것은 성령을 받은 결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 바람과 불로써 임한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여러가지 외국어로 말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가 설교를 하자, 사람들이 모두 자기네 말로 들렸다고 합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뭔가요? 그것은 세계만방이 복음을 들을 수 있게 되리라는 표징입니다. 성령운동에서 이상한 언어 혹은 영()의 언어라는 뜻으로 부르는 방언(γλωσσολαλία)’은 그리스어로 라는 글로싸(γλσσα)말하다라는 랄레오(λαλέω)의 합성어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성령의 은사라고 언급했습니다. (1고린 14:2 참조) 이것은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방언을 말하는 사람의 신앙에 유익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성령의 언어가 교회를 구성한 우리끼리만 알아듣는 언어에만 그쳐서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성령강림으로 변화된 제자들이 각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알아들을 수 있게 말했다는 것은 교회 공동체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그것은 성령의 선물인 언어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언어는 단순히 언어라는 소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계시를 표현하는 우리의 모든 수단인 언어, 예술, 사상 등이 포함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문화로까지 확장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령을 받기 전 다락방에 모여서 기도했던 제자들처럼 폐쇄적인 종교집단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고, 예루살렘 거리로 나가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했던 제자들처럼 세상을 향하여 열린 정신으로 복음을 증언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성령의 정신으로 생동감 있게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그리스도교는 구약의 십계명을 기념하고 곡물을 추수한 것을 봉헌한 유대교의 오순절을 성령의 강림을 통해 온 세계사람을 향해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계명을 전하는 것으로 변화시켰습니다. 2000년 전, 역사의 전환점이 된 성령강림사건으로 교회는 온 세상으로 전해졌고, 오늘 우리에게까지 그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30년 전 그 기쁜 소식을 듣고 바람과 불과 말씀으로 성령을 받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본받아 이제 우리들도 안주하지 말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불처럼 뜨겁게 예수님을 닮아 가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제자들로 살아갑시다.

우리 각자와 교회를 갱신시켜주시는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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