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그들은 왜 시나이 광야를 통과하지 못했나?(다해 사순3주일)
작성일 : 2022-03-20       클릭 : 281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20320 다해 사순 제3주일

이사 55:1-9 / 1고린 10:1-13 / 루가 13:1-9

 

 

그들은 왜 시나이 광야를 통과하지 못했나?

 

저는 어렸을 때 주일학교 성경공부시간에 잘 이해가 되질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된 히브리사람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가는데 왜 40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을까?’입니다. 이 의문은 고등학교 졸업 후, 신학교에 입학해서 구약개론 시간 때 시나이 반도 지도를 보고는 더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시나이반도는 남한면적의 3/5에 지나지 않아서 여기를 지나는데 한 달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양의 고전 맹자(孟子)를 읽다가 해답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고 할 때(天降大任于斯人也)

우선 그의 마음에 큰 고통을 주고(必先苦其心志)

그의 근육과 뼈를 고달프게 하며(劳其筋骨)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饿其体肤), 궁핍하게 하며(空乏其身),

그 하고자 했던 것과 어긋나게 한다(行拂乱其所为)

그것은 그의 마음을 움직여 인내를 기르게 해서(所以动心忍性)

할 수 없었던 일도 더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까닭이다(曾益其所不能)

 

맹자는 큰 인물일수록 하늘은 수많은 시련을 통해 그를 단련시켜서 큰 사명을 능히 감당할 수 있게 양육한다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것은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 단체 나아가 민족 등과 같은 큰 공동체에도 해당된다고 느꼈습니다. 후에 역사를 연구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런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민족이 유대민족입니다. 그들은 구약시대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탈출하여 40년 동안 시나이광야에서 시련을 통해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정복하고 자신들의 왕국을 세웠지만, 이민족에게 점령당해 고통 받기를 반복하다가, 예수님 승천 후 얼마지나지 않아 로마제국에 철저하게 짓밟혀서 약 2000년 동안 방랑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마침내 자신의 고향땅에 이스라엘을 세우고 중동의 아랍민족으로부터 자신의 나라를 지키는 것은 물론, 온 세계에 퍼진 유대인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여,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유대민족 그리고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있기까지 그들은 숱한 패배와 좌절 등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시련을 이기지 못했을 때, 극심한 분열과 내분으로 인해 비극적인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제2독서에서 유대민족인 사도바울은 시나이광야에서 우상숭배, 음행, 각종 주술행위를 비롯하여 이집트 노예에서 탈출시킨 하느님에 대한 불평과 의심 등으로 천사의 손에 멸망당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홍해바다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 그들은 비록 몸은 노예에서 자유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정신과 심리는 여전히 노예상태였습니다. 왜냐하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들인 자유인과 달리 노예는 의존적이며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따라 오락가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세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놀라우신 권능을 체험했음에도 어려움이 닥치자 모세와 아론에게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로 데리고 나와 모조리 굶겨 죽일 작정이냐?(출애 16:3)”하고 투덜거렸습니다. 심지어 모세가 야훼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으러 산에 올라가 있던 동안, 그들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이것을 이집트 땅에서 데려 내온 신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야훼 하느님마저 내가 진노를 내려 저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리라(출애 32:10)”하고 대노하실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모세의 간절한 기도로 하느님의 노여움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모세는 하산한 후, 그들의 잘못을 엄히 질책하고 철저히 개혁하여 잘못된 풍습을 바로잡았습니다.

이처럼 그들은 노예에서 진정한 자유인이자 약속받은 땅의 진정한 주인으로 변모되기 위해 40년이라는 기나긴 단련과 훈련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와 같이 시나이 광야에서 회개와 갱신을 거친 이스라엘 민족은 훗날 국가와 민족의 위기가 올 때마다 그 옛날 조상들이 어떻게 노예생활에서 해방되었으며, 시나이 광야에서 어떻게 자신들이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변모되었는지를 회상하고 기억함으로써 역경에서도 오뚝이처럼 재기할 수 있었고, 오늘날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민족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저력은 그들이 시련 속에서 회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루가 13: 3, 5)”라고 하신 말씀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모든 인류에게 경고하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단지 질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열매 맺는 나무가 되길 바라시며 인내롭게 기다리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주님은 우리를 벌주시고 파멸시키기 보다는 우리가 구원받는 존재로 변화하길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구약의 히브리백성들처럼 시나이 광야체험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리스도 영성은 이것을 정화(淨化)의 단계라고 부릅니다. 이 정화의 단계의 핵심요소는 바로 회심(回心 conversion)’ 혹은 회개(悔改 penitence)’입니다. 그래야 그 다음 일치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영성뿐만 아니라 전례에서도 교회는 사순절(Lent)을 통하여 우리가 좀 더 의식적으로 극기(克己)하도록 권장합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성경에 나온 시나이 광야생활이건, 영성에서 말하는 정화이건, 아니면 매년 우리가 준수하고 있는 사순절이건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내 자신을 비롯해 우리교회가 구원의 열매를 맺기 위해 거쳐야 할 훈련의 시간이요, 성숙의 시간입니다. 이 기간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이기적인 자아에서 비롯된 생각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생각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과 일치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럴 때만이 오늘 제1독서의 구절, 하늘이 땅에서 아득하듯 나의 길은 너희 길보다 높다.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이사 55:8-9)”는 하느님의 말씀을 점차 내 안에 그리고 우리 안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만 시나이 반도 광야에서 40년 세월을 보낸 히브리 백성에서 보듯이, 이 회개와 정화의 단계는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두 개의 힘 사이에 격렬한 갈등과 투쟁의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민족의 한 세대가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죽어나갔을 정도로 처절한 싸움의 기간입니다.

한 개인의 내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자신에게만 한정됩니다. 그러나 이 광야 기간이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한 집단 심지어 한 나라의 차원 더 나아가 세계적 차원이라면 그 갈등의 범위와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 역사만 보더라도 우리민족이 겪은 사순절은 실로 치열한 우리의 거듭남이었습니다. 우리민족 역시 유대민족 못지않게 망국(亡國)으로 노예로 전락했다가, 출애굽과 같은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유대민족이 시나이광야에서 서로 갈등하고 싸우고 죽음을 당했듯이, 우리민족 역시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다투다가 결국 전쟁이라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세계10위의 경제와 문화선진국으로 변모했습니다. 유대민족이 40년 시나이 광야생활을 잘 견디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 자신의 나라를 세웠듯이, 우리민족도 시련을 이겨내고 시대의 열매를 맺은 훌륭한 사명을 이루어냈습니다.

지난 39일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번선거 결과는 지금껏 우리가 겪은 것과 달리 국민의 의견이 거의 반쪽으로 갈린 선거였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결과를 보고, 1945년 해방 이후, 국론이 반쪽으로 쪼개져서 엄청난 갈등과 상처를 겪었던 과거가 재현될까봐 몹시 걱정됩니다. 오늘날 세계인들은 우리민족을 보고 약속의 땅에 들어간 성공한 나라라고 부러워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약속의 땅을 향해 순례하는 과정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사순절은 우리를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민족 공동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다시금 반성하도록 초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비판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부족한 점을 겸허히 반성하고 동시에 나와 다른 상대방도 포용할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을 키워야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늘이 땅에서 아득하듯 나의 길은 너희 길보다 높다.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이사 55:8-9)” 는 야훼 하느님의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 하느님이 약속하신 그 나라를 향해 한발 한발 걸어갑시다. 그러면 우리의 구원자인신 주님께서는 나와 그리고 우리민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고 우리를 열매 맺는 자들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인도해 주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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